경기 부진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올 3분기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 카드로 긁은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휴가철에 추석 명절이 겹친 계절적 요인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가운데 원화 환율의 하락(원화 강세)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을 보면 내국인의 신용ㆍ체크ㆍ직불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전분기(2분기ㆍ22억8000만달러)보다 4.2% 증가한 23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율도 전분기(0.2%)보다 크게 확대됐다. 이 기간동안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한 국내 거주자 수도 500만2000명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1인당 사용 금액은 474달러로 전분기보다 0.4%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3분기엔 휴가철과 명절이 겹쳐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 수와 1인당 카드 사용금액이 모두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카드 종류별로 보면 체크카드 해외 사용 금액은 4억50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13.4% 급증했다. 2분기에는 1.6% 감소세를 보였었다. 직불카드 사용 금액도 전분기엔 9.1% 줄었으나 3분기엔 4.2% 증가한 3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올 8월 세법개정안에서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20%→15%)을 낮추는 대신 체크·직불카드의 공제율(20%→30%)을 확대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한은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은 1.9% 증가한 16억달러로 증가율은 전분기(2.6%)보다 축소됐다.

해외 카드 사용 비중은 신용카드가 67.6%로 가장 높았고 체크카드(18.9%), 직불카드(13.5%) 순이었다.

지난 3분기에 외국인(비거주자)이 국내에서 긁은 카드 사용 금액은 12억2000만달러로 전분기(12억3000만달러) 대비 1.3% 감소했다. 카드를 국내에서 사용한 비거주자의 수는 전분기보다 1% 증가한 310만명으로 집계됐지만 1인당 사용 금액이 392달러로 2.3%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방학철인 7~8월에 씀씀이가 크지 않은 20대 외국인이 많이 입국하는 것이 사용 금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