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집보다 편한 車… 이게 다 '카 시트의 마법'

  • 최원석 기자

  • 입력 : 2012.10.26 03:09

    졸면 깨워주고, 편하게 저중력으로… 카 시트의 과학
    에쿠스·K9 고급차 시트 엔진 원가보다 더 비싸
    "모기 물린 소는 가죽 손상" 모기 없는 고산지역의 소로 시트 가죽 만드는 업체도

    자동차 실내 품질을 더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시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도 유럽 고급 세단 못지않은 최고급 시트를 개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에서 아우디 최고급 세단 A8을 타본 뒤 개발진에 이렇게 말했다. "시트가 참 좋아. 차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네. 우리도 이보다 더 좋은 시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고급 차로 갈수록 시트의 감성 품질이나 안락함이 소비자 선호도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정 회장이 직접 시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얼마 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옆의 영빈관 롤링 힐스(rolling hills)에서는 자동차 시트 관련 연구개발 심포지엄이 열렸다. 현대·기아차 시트 연구개발자와 국내외 100여개 시트 관련 부품 업체가 모였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은 "현대차가 다른 부분은 일정 수준에 올라 있는데, 시트 부문은 아직 뒤떨어져 있다"며 관련 업체의 분발을 당부했다. 정 회장 발언 이후 현대차가 시트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이다.

    지난주엔 국내 고급 시트 관련 부품 업체들이 유럽을 돌며 프리미엄 시트 업체를 견학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국내 업체들에 "유럽 고급 시트의 품질을 체험하고 국내 시트 수준을 높여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우디 최고급 세단인 A8의 뒷좌석 시트로 여객기 일등석 수준의 공간을 연출한다. 시트 가죽을 가공할 때 화학물질 대신 오크나무 껍질과 약초를 끓여 만든 추출물을 쓴다. /아우디코리아 제공
    아우디 최고급 세단인 A8의 뒷좌석 시트로 여객기 일등석 수준의 공간을 연출한다. 시트 가죽을 가공할 때 화학물질 대신 오크나무 껍질과 약초를 끓여 만든 추출물을 쓴다. /아우디코리아 제공
    ◇엔진 다음으로 비싼 시트

    왜 시트가 그리 중요한 걸까. 시트는 자동차 단일 부품 중 엔진·변속기 다음으로 비싸다. 고급 차의 경우는 엔진보다 비싼 시트가 들어간다. 현대차 에쿠스 최고급 시트 차량 한 대분의 단가는 400만원대로 추정된다. 기아차 K9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지만 역시 400만원 가까이 한다. 이 정도면 에쿠스, K9의 엔진 원가보다도 더 비싼 수준이다.

    소재 선택 역시 매우 까다롭다. 한 유럽 고급 세단의 경우는 해발 1000m 이상의 스위스 산악지대에서 기른 소의 가죽만 쓴다. 가죽을 시트에 입히려면 팽팽하게 당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죽에 모기 물린 자국이 있으면 가죽이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고산지대에서 자란 소들은 모기에 물린 자국이 없어 상대적으로 손상될 우려가 적다는 것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트가 운전하는 동안 사람이 가장 오랫동안 직접 접촉하는 부분이란 점이다. 자연스레 자동차의 안락함과 편의성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이 된다. 차량 내부의 전체 이미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것이다.

    안락함을 강조한다고 시트를 너무 물렁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운전자 자세를 잡아주지 못해 장거리·고속 주행 시 오히려 탑승자의 피로감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시트는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운전자 몸을 잘 잡아줘야 하는데 그게 기술"이라고 했다. 고성능 자동차의 경우 경주용 차처럼 극한주행 시 운전자 자세를 잡아주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버킷 시트가 채택된다. 코너링 시에도 상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어깨까지 시트 안쪽에 푹 파묻히는 형상으로 돼 있고, 시트 재질도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동안 유럽은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한 딱딱한 시트를 선호하고, 북미·한국 등은 부드러운 느낌의 시트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유럽 스타일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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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에도 결정적 역할

    시트는 안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차량이 고정된 벽에 시속 60km로 정면충돌할 때 체중 60㎏인 탑승자 신체가 충돌 시 앞쪽으로 튕겨나가려는 관성 하중은 약 1t에 달한다. 시트가 탑승자를 제대로 고정해주지 못하면 탑승자가 안전벨트와 에어백으로 보호받는 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시트는 탑승자를 단단히 고정시켜줘야 하지만, 동시에 시트 구조물이 충돌에너지를 흡수해 탑승자에게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후방 추돌사고에서 운전자의 목 부상을 줄이기 위해 추돌 시 목 받침이 앞으로 튀어나가 목을 보호하는 액티브 헤드레스트도 일반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충돌 시 차량 뒤쪽에 실은 물건 등이 앞으로 쏟아지면서 탑승자를 덮치지 않도록 시트 뒤쪽의 강성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탑승자도 시트에 앉을 때 안전을 고려한 탑승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시트가 최적의 충돌 안전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제대로 앉아야 한다. 엉덩이를 최대한 의자 안쪽으로 밀착시키고 허리도 백 시트에 밀착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더 가볍게, 더 싸게

    시트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인 경량화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신 경량화 기술이 적용된 시트는 앞좌석 1개 기준으로, 기존 시트보다 4~5㎏ 가볍다. 2개 기준으로 최대 10㎏의 차량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업계에선 시트 안쪽에 들어가는 철제 구조물 형상을 개선하고 마그네슘합금 등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트 경량화가 차량 무게를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자동차 업계에선 시트 기본 구조를 공용화, 원가를 낮추면서 더 좋은 기술을 더 많은 차에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폴크스바겐이 시트 공용화 부문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준중형 해치백 골프나 폴크스바겐 그룹의 최고급 세단인 벤틀리 시트의 핵심 구조는 거의 같다. 이 때문에 공용화를 통한 원가절감을 통해 더 좋은 기술을 가진 시트를 싼값에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벤츠와 BMW도 회사가 다른데도 공통 시트 플랫폼을 개발해 사용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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