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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시장 폭발… 치킨 시장 닮아가나

  • 박수찬 기자

  • 입력 : 2012.10.25 03:08

    [일곱살짜리도 걸치는 20만원짜리 등산복… 인구대비 세계 1위]
    美 규모 6兆인데… 한국이 5兆 - 7년만에 5배로 시장 급팽창
    불황에 다른 옷은 안팔려도 등산복만은 날개 돋친 듯
    골드러시? 아웃도어 러시 - 노스페이스 파는 영원무역
    연매출 1兆 넘어, LG패션 육박… 두달만에 점포 100곳 연 업체도
    많아도 너무 많아… - 마케팅만 치중한 비싼 등산복
    골목마다 우후죽순 치킨집 되나… 확장 전략 우려하는 목소리도

    국내 아웃도어(outdoor·등산 등 야외활동) 매출이 올해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시장 크기가 작년보다 39% 커지고 7년 전의 5배가 되는 셈이다.

    아웃도어 의류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패션 업계에서 '틈새시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전체 패션 시장(37조6000억원·한국섬유산업연합회 집계)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최근 끝난 백화점 가을 세일 기간에도 여성복 등의 판매는 줄었지만 아웃도어 의류는 작년보다 30% 이상 더 팔렸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아웃도어의 폭발적 성장과 아웃도어 트렌드가 다른 의류로 확산되는현상"이라며 "아웃도어가 패션의 주류로 떠올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봐도 국내 아웃도어 의류 시장의 성장세는 놀랍다. 미국 아웃도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신발 시장의 1년 매출액은 약 60억달러(6조6000억원)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90%가 등산 및 하이킹 의류·신발에 집중돼 있으므로 아웃도어 의류·신발 시장만 놓고 보면 한국 시장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인구 1인당 규모로는 세계 1위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아복 코너까지 점령한 등산복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이렇게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와 패션 전문가들이 꼽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주 5일 근무 확대에 따른 레저 시장의 성장이다. 이 과정에서 등산은 중·장년 남성들의 전유물에서 여성과 20~30대로까지 외연을 넓혔고 의류 시장까지 성장시켰다. 아웃도어 활동의 저변이 확대되자 등산용품에서도 '패션'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등산복은 한 벌만 있으면 됐지만 지금은 계절별, 기능별로 한 사람이 여러 벌을 사고 있다"며 "아웃도어 의류를 사는 고객 수도 늘었고 또 한 고객이 사는 옷의 숫자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2층 매장에 아동용 아웃도어 상품이 전시돼 있는 모습. /신세계 제공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2층 매장에 아동용 아웃도어 상품이 전시돼 있는 모습. /신세계 제공
    둘째는 제품력이다.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여러 업체가 몰리다 보니 다른 어떤 의류 분야보다 신제품 경쟁이 치열하고 내놓는 상품도 다양하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브랜드를 취급하는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의 경우 800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이마트 등 대형 마트도 매장마다 100~200개 아웃도어 브랜드를 팔고 있다. 최근에는 7~8세를 겨냥한 등산복까지 나왔다. 재킷이 20만원대, 티셔츠가 6만원 전후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초기에는 고어텍스를 사용한 외국 브랜드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국산 브랜드 규모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한국처럼 단기간에 아웃도어 소재까지 자체 개발한 제품을 내놓는 나라는 드물다"고 말했다.

    판매 점포 수가 급증한 것도 아웃도어 시장의 외연을 키웠다고 본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이 2000년대 중반 세(勢) 불리기에 나서면서 가맹점을 대거 늘렸고 이 때문에 다른 의류에 비해 영업망이 급성장했다. '올리비아로렌' 등 여성복이 주력이었던 세정은 아웃도어 브랜드인 '센터폴'을 내놓고 단 2개월 만에 100번째 점포를 열기도 했다.

    치킨 시장과 닮은 아웃도어 시장

    아웃도어 업체 가운데는 이미 연 1조원 이상을 버는 업체도 나왔다.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가진 영원무역홀딩스의 경우 이미 연매출이 LG패션을 육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의류 업체들은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의 금광 열풍을 뜻하는 '골드 러시'에 빗대 '아웃도어 러시(rush)'라고 부르기도 한다.

    패션 업계 1위인 제일모직도 예외는 아니다. 제일모직은 올해 '빈폴' 브랜드의 하위 브랜드로 '빈폴 아웃도어'를 시작했다. 2015년까지 1조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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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업계에서는 아웃도어 패션 시장을 치킨 시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남성의 술안주였던 치킨을 여성과 아이가 먹게 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고, 여러 업체가 뛰어들면서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맛의 치킨이 나와 경쟁력이 커졌다. 여기에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가맹점 형태로 치킨집을 열면서 동네마다 가게가 들어서는 과정이 아웃도어 패션 시장과 닮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성장한 외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주도하는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 해외 직수입 브랜드가 초기 시장을 넓히는 데는 기여했지만 지나치게 가격을 올려놓았다는 지적이다.

    고가(高價) 논란을 일으켰던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판매하는 골드윈코리아(영원무역홀딩스 자회사)는 작년 매출 5000억원, 당기순이익 844억원을 올렸고 이 중 667억원을 배당했다. 반면 이 회사의 매출 원가(제품 제작에 드는 비용)는 매출의 절반도 안 된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선두 브랜드들이 고가 정책을 고수하며 가격 인하보다는 마케팅에 돈을 쏟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시장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마트 이형직 과장(아웃도어 담당)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지나치게 패션 중심의 등산복에 집중하다 보니 암벽등반용 제품처럼 전문가용 라인을 선보이는 유명 브랜드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시장 확대 단계를 거쳐 곧 성숙기에 접어들 전망이므로 업체들의 확장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후죽순 늘어났다 폐업 위기에 처한 일부 치킨점처럼 망하는 아웃도어 점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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