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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 약에 쓴다더니… 쇠똥구리는 소똥을 에어컨으로 쓴다

  • 이영완 기자

  • 입력 : 2012.10.23 03:09

    신발 신은 쇠똥구리의 변화 - 지열을 차단하는 실리콘 신발을 신은 쇠똥구리. 지열에 달궈진 앞다리를 식히기 위해 자주 소똥 위로 올라가지만 신발을 신으면 그 횟수가 35%나 줄어든다. /위트대 제공
    신발 신은 쇠똥구리의 변화 - 지열을 차단하는 실리콘 신발을 신은 쇠똥구리. 지열에 달궈진 앞다리를 식히기 위해 자주 소똥 위로 올라가지만 신발을 신으면 그 횟수가 35%나 줄어든다. /위트대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스웨덴 과학자들이 쇠똥구리의 비밀을 찾아냈다. 쇠똥구리에게 소똥은 먹이이자 움직이는 에어컨이었던 것.

    쇠똥구리는 소똥에서 모든 영양분을 얻는다. 물도 마찬가지다. 소똥 안에서 태어난 애벌레도 소똥을 먹고 자란다. 그렇다고 쇠똥구리의 삶이 쉽다고는 할 수 없다. 더운 여름날 자신보다 50배나 무거운 소똥을 뒷다리로 밀고 가는 일은 인간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쇠똥구리는 소똥을 밀고 가다가 가끔 소똥 위에 올라가 맴도는 습성이 있다. 앞을 보지 않고 가다 보니 방향을 잃기 쉬워 가끔 가는 길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대와 스웨덴 룬트대 공동연구진은 아프리카 쇠똥구리를 관찰하던 도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한낮에 달궈진 땅을 지날 때에는 시원한 그늘을 지날 때보다 7배나 자주 소똥 위에 올라간다는 것.

    연구진은 이 행동을 머리와 앞다리의 열을 식히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했다. 한낮에 달궈진 땅을 지날 때면 땅을 딛는 쇠똥구리의 앞다리와 땅에 가까운 머리가 금방 데워진다. 축축한 소똥 위에 올라가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난다. 소똥 위의 쇠똥구리는 입에서 토해낸 액체를 앞다리와 머리에 발라 쓸어내리는 행동도 보였다. 이 역시 수분 증발로 체온을 낮추는 행동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지열(地熱)을 차단할 신발을 만들어 쇠똥구리의 앞다리에 신겼다. 그러자 소똥 위로 올라가는 횟수가 35% 줄었다. 소똥을 굴리다가 소똥 위에 올라가기까지 시간도 원래 10.7초 걸리던 것이 신발을 신으면 20.8초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결과는 '셀(Cell)'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인터넷판 23일자에 실렸다.

    쇠똥구리는 파브르의 '곤충기'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짐승의 똥을 땅속으로 가져가 파리 같은 해충의 번식을 막고 땅을 비옥하게 하는 이로운 곤충이다. 원래 남극대륙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 살았지만, 최근 생태파괴로 수가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애기뿔쇠똥구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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