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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마트發 맥주 전쟁… 가격·맛 다양해져

  • 횡성=박수찬 기자

  • 입력 : 2012.10.16 03:15

    라거 일색인 국산맥주시장서 에일맛 내는 제3맥주社 등장, 가격도 수입제품의 절반 불과
    마트가 獨맥주회사와 손잡고 가격 확 낮춘 상품 내놓기도

    지난 10일 강원도 횡성군의 세븐브로이 공장. 맥주 주입(注入) 라인은 떡집 마냥 더운 수증기가 가득했다.

    "찬 맥주를 넣은 뒤 캔 표면에 수증기가 달라붙지 않게 하는 작업입니다. 수증기가 맺히면 포장이 젖으니까요."

    이 회사 김강삼(54) 대표는 포장 중인 맥주 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세븐브로이는 정부의 맥주 제조 규제 완화에 따라 작년 10월 맥주 제조 일반면허를 받았다. 1933년 동양맥주(오비맥주 전신)와 조선맥주(하이트진로 전신)가 면허를 받은 뒤 78년 만에 탄생한 제3의 맥주회사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중소형 맥주회사 세븐브로이의 공장에서 김강삼(오른쪽)대표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역에서 맥주 전문점을 운영했던 김 대표는 지난해 맥주 제조 규제가 완화되면서 첫 번째로 면허를 받고 공장을 세웠다. /박수찬 기자
    강원도 횡성에 있는 중소형 맥주회사 세븐브로이의 공장에서 김강삼(오른쪽)대표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역에서 맥주 전문점을 운영했던 김 대표는 지난해 맥주 제조 규제가 완화되면서 첫 번째로 면허를 받고 공장을 세웠다. /박수찬 기자
    국산 맥주가 청량감이 강한 맥주인 '라거(lager)' 일색인 반면 이 회사는 쌉쌀한 맛이 강한 '에일(ale)' 가운데서 고급으로 분류되는 '인디언 페일 에일'을 만든다. 현재 하루 평균 500L를 생산해 수도권 30여개 홈플러스를 통해 판매한다. 10월 초에 홈플러스로 출하된 355mL짜리 캔맥주 2만개 중 3분의 2가 일주일 만에 팔려나갔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 큰 도화지에 바늘구멍 하나 낸 수준이지만 소비자들의 맥주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고, 수입 에일 맥주에 비해 가격이 절반 수준(2600원)이어서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진로하이트오비맥주가 80년 가까이 양분해 온 국내 맥주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제3의 맥주회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형마트가 외국 맥주회사와 만든 '마트표 맥주'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아직 생산·유통량이 기존 맥주 회사의 3% 수준인 '틈새시장'이지만 싸고 다양하면서 질 좋은 맥주를 마시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수입 맥주 가격을 낮추면서 이런 흐름을 증폭시키고 있다. 롯데마트는 18일부터 '엘(L) 맥주' 3종을 출시한다. 독일 1위 맥주회사인 웨팅어가 만들었다. 500mL 캔 가격이 1600원으로, 롯데마트가 기존에 팔던 웨팅어사 맥주보다 400~1000원 내렸다. 같은 용량의 국산 맥주보다 10% 저렴하다.

    (왼쪽 사진)롯데마트가 독일 판매량 1위 맥주회사 웨팅어사(社)와 연계해 개발한 반값 수입 맥주 ‘L’. /연합뉴스
    (왼쪽 사진)롯데마트가 독일 판매량 1위 맥주회사 웨팅어사(社)와 연계해 개발한 반값 수입 맥주 ‘L’. /연합뉴스
    롯데마트는 난색을 보이는 웨팅어사를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으로 설득했다. 연간 300만캔을 들여와 롯데마트 등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300만캔은 롯데마트에서 지난해 팔린 수입 맥주의 60% 수준이다.

    대형마트의 수입 맥주 가격 인하 경쟁은 지난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본격화됐다. 수입 맥주 가격이 국산 맥주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본(아사히)·네덜란드(하이네켄) 중심이었던 수입 맥주 시장에 유럽산 맥주가 대거 들어왔다. 현재 팔리는 수입 맥주만 100여 종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지난 7~8월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제품 가격을 6% 가까이 올리면서 수입 맥주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마트의 경우 올 1~9월까지 전체 국산 맥주 판매는 작년 대비 0.5% 감소한 반면 수입 맥주는 53% 늘었다. 롯데마트의 올해 수입 맥주 판매도 작년보다 25% 늘어났다. 한-EU FTA로 기존 관세(30%)가 매년 3.75%씩 인하되므로 수입 맥주의 가격 경쟁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존 맥주 업계는 수입 맥주나 중소기업 맥주를 아직 '찻잔 속의 태풍'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전체 국내 맥주 소비량 중 수입 맥주 비율은 아직 3% 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가 일년 내내 공장을 가동해도 작년 하이트진로 맥주 생산량의 0.4%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조만간 맥주 시장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사회적 조류가 바뀌는 순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영은 롯데마트 주류 담당은 "동네 바(bar)나 해외여행을 통해 다양한 맥주를 경험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색다른 맥주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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