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투자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30년 만기 국채의 내년도 발행 물량을 올해에 비해 최대 5배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1조6000억원 규모가 발행되는데, 내년에는 최대 8조원까지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30년 만기 국채는 정부가 30년 동안 연 3%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저(低)성장 시대의 대안 투자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정부, 내년 발행 물량 확대 방침

지난 9월 처음 발행된 30년 만기 국채는 매달 4000억원씩 연말까지 1조6000억원이 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이런 발행 방식을 유지할 경우, 내년에는 4조8000억원(4000억원×12개월)가량 30년 국채가 추가로 시장에 공급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년 전체 국채 발행 물량은 8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4조8000억원은 이 물량의 약 5%에 해당한다.

기재부는 그러나 30년 만기 국채의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많고, 국채 만기를 길게 가져가면 국가 부채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발행 물량을 더 늘리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준 금리 인하와 장단기 금리 차이 축소 영향으로, 30년 국채 금리가 3~5년물 채권 금리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정부 입장에선 만기가 긴 채권을 찍으면서도, 이자 부담은 단기채권에 비해 크지 않아 물량 확대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내에서는 내년 30년 만기 국채의 발행 규모가 전체 국채 발행 물량의 5~10%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 물량이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6조~7조원 수준은 무난하고 최대 8조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국채, 11월부터 개인도 입찰

30년 만기 국채는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범식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의 초입이라고 판단하고 장기 국채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30년 만기 국채는 개인 소유 비중이 기존 발행 물량의 40% 정도로 10년 만기 국채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30년 만기 국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세제 혜택도 있다.

전문가들은 30년 만기 국채 투자를 끝까지 보유하면서 3%대 수익을 챙기는 만기보유형과, 금리가 더 낮아져 채권값이 오르면 중간에 되팔아 차익을 거두는 시세차익형 전략 두 가지를 모두 노려볼 만하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낮췄고,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 김경식 팀장은 "국채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이 크다"며 "값이 오를 때(금리가 내려갈 때)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손실을 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만기까지 보유할 생각이 아니라면 30년 만기 국채를 살 때 단기 국채에 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11월부터는 개인투자자들도 30년 국채 입찰에 참여해 직접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 10월까지는 증권사들이 30년 국채를 사들여, 이를 고객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국채가 공급됐다. 입찰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내달 2일까지 시중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고, 최저 10만원 단위로 매입을 의뢰하면 된다. 다만 개인 투자자는 금융회사들처럼 원하는 금리를 제시해 30년 국채를 직접 살 수는 없고, 금융회사들이 낙찰받은 금리를 똑같이 적용받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