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면서 현대·기아차 그룹이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2008년 개별소비세 인하 때 보다 수요 증대 효과가 작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역시 정책 효과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가 독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정부 부양책의 유일한 수혜자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자동차·대용량가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1.5%p 낮출 경우 4개월여 동안 약 1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용량가전은 품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세제 혜택의 대부분은 자동차 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라며 "수혜의 90% 이상이 자동차 업체에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세수 감소를 무릅쓰고 경기부양에 나서는 만큼 자동차 업계에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갈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2008년 자동차 세금인하 당시 보다는 작겠지만, 어느 정도 수요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3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기준으로 개별소비세 1.5%가 인하되면 차값이 약 55만원 정도 저렴해진다. 차량 구입을 잠정적으로 검토해왔던 소비자들의 경우, 이번 기회에 자동차를 장만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8년 자동차 장기 보유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혜택을 줬을 때 자동차 수요가 급증했듯, 이번 자동차 개별 소비세 인하의 효과도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에도 불구하고, 수요 진작 효과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가 독식할 것이라는 점은 정책적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73%(올 1~8월)를 현대·기아차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요 증대량의 상당 부분은 현대·기아차로 승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부가 국민 세금을 떼어다 대기업에 헌납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로 2008년 개별소비세와 취·득록세 인하(30%) 효과로 2009년 6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6%, 23.2% 급증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판매량이 다소 상승하기는 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작은 만큼 절대액은 크게 늘지 않았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산업계 전체로 골고루 확산되지 않고 특정 기업에 쏠리면 내수 진작 효과는 정부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진다. 지난 2008년 정부가 자동차 세금을 인하했을 때에도 대부분 혜택이 현대·기아차에 집중되는 바람에 국가 경제 전체에 돈이 도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내수 진작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특별소비세 인하에 앞서 자동차 가격 인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는 국민 세금으로 현대·기아차 마케팅을 지원하는 수준"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 대기업인 현대·기아차도 고통 감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