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이 쪼그라들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증권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실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곳은 현대증권, 대신증권(003540),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키움증권(039490), 동부증권등이다.

이 가운데 현대증권은 올해 회계연도 1분기(4~6월) 순이익은 연결 기준으로 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작년 같은 기간(911억원)과 비교해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현대증권 자체만 볼 수 있는 별도기준을 봐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5%가량 줄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증시가 안 좋아지면서 위탁 수수료 수입이 전분기 대비 34.3% 감소한데다 유가증권 관련 손익도 큰 폭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여기에 저축은행(현대저축은행) 손실 등 자회사 손실이 계속 발생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대신증권 역시 적자 전환했다. 전날 대신증권은 연결기준으로 1분기 영업손실 59억원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8531억원으로 28.9%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한 대신저축은행이 70억원 가까운 손실을 내며 연결 기준 적자 전환하게 됐다”며 “다만 대신저축은행은 8월 들어 처음 월간 기준 흑자를 기록하는 등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별도 기준으로 매출 8361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인수가 증시 악화로 되레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원형운 동부증권 연구원은 “은행 지주사들의 경우도 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은 실적이 나빠졌는데,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손익 면에서 티가 안 나는 것”이라며 “그러나 증권사의 경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이유는 대부분 스탁론(저축은행 주식 담보 대출)을 염두에 둔 것인데, 아무래도 증시가 안 좋으니 빚을 끌어가려는 수요가 없었다고 증권업계는 말한다.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는 대출기능을 이용한 IB(투자은행) 쪽 시너지나 수신기능을 고객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돌리는 등의 수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증시 상황이 개선되는 것과 함께 저축은행 자체가 부실을 털어내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