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 ‘볼라벤(BOLAVEN)’이 북상하면서 산업계가 긴장에 휩싸였다. 2003년 한반도를 강타했던 ‘매미’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정부와 산업계 모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 정부, 내일부터 3단계 비상근무 돌입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오전 9시부터 비상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이날 오후부터 제주도가 태풍 영향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비상단계 2단계는 소방방재청을 중심으로 운영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확대하는 것으로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국방부, 환경부, 교육부, 한국전력 등 15개 부처와 유관기관도 비상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정부는 우리나라 전역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는 내일 모든 중앙부처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3단계 비상근무를 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는 정부의 비상단계와 별도로 25일부터 비상계획관실을 중심으로 산하 공공기관과 함께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26일 경기도 안성 신안성변전소를 방문해 전력 관리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한국전력도 태풍 재해종합대책본부와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실시간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전국 14개 지역본부, 협력업체 직원 1만여명과 복구장비 2600대가 유사시 신속 복구를 위해 대비 중이다. 또 한전은 침수 예상 지역을 긴급 보강하고, 배수펌프장의 중요 선로와 변전소 급경사지, 철탑 부지 방수포 설치도 진행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전남과 영광 원전사업본부에 비중을 두고 태풍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태풍 볼라벤이 서해상으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26일 인천항 내항에 해군 함정들이 피항을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강풍과 호우에 맞춰 단계별로 철도 운행속도를 제한하고, 1000여척의 선박을 피항 조치했다. 부산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입항이 통제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본부와 산하기관에서 모두 91명이 비상근무에 나서고 있다.

◆ 통신·항공·석유화학 비상

산업계 전체가 태풍 대비에 분주한 가운데 강풍으로 전선이 끊어질 우려가 큰 통신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모두 태풍대응상황실을 구축하고 태풍 이동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전국 주요 지역에 50여대의 발전차량과 수리 인원을 배치해 정전 사태를 대비하고 있고, KT도 비상발전기와 양수기 등을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400여명의 네트워크담당 직원이 비상 대기하고 복구자재와 인원도 현장에서 기지국 파손에 대비하고 있다.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 제주도를 시작으로 항공도 결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늘 하루 동안 대한항공의 국내선 52편, 국제선 5편이 결항됐고, 아시아나항공도 국내선 44편, 국제선 16편이 결항됐다. 제주를 기반으로 한 저가항공사들의 피해도 컸다. 에어부산의 부산~제주 노선 3편이 결항됐고, 진에어의 김포~제주 노선도 오후 2시 25분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천이 태풍 영향권이 들어가는 28일에는 더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도 김포공항 등 5개 공항의 취약시설에 대해 26건의 긴급 보수보강 조처를 했다.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던 석유화학업계도 비상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하역 작업을 중단했다. 원유 하역을 위해 서산과 대산 부두에 입항했던 유조선들은 이미 피항을 완료했다. 울산 부두를 이용하는 SK이노베이션은 원유 하역을 계속하고 있지만, 태풍에 대비해 고지대의 임시 건물을 철거하고 배수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로 공장 가동이 멈추지 않도록 발전시설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당시 한전 선로가 끊어지면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생겨 울산지역의 석유화학공장 가동이 멈추기도 했다. 석유화학 공장은 잠시만 가동이 멈춰도 큰 피해가 발생한다.

◆ 건설·전자·자동차 예의주시

건설업계는 전국 공사현장의 안전상황을 점검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림산업은 모든 공사현장에 안전점검 지시를 내렸고, 특히 적금-영남대교 교량공사 현장과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공사 현장 등 규모가 큰 현장을 중심으로 태풍 피해 방지를 위해 방재 작업을 실시 중이다. 대우건설##은 폭우로 인한 토사붕괴에 대비해 배수시설을 사전에 확보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피난대책을 수립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강풍이 예상되기 때문에 타워크레인 등 대형 건설장비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라며 "현재 비상근무조직을 편성하고 수방자재 및 배수 장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 부착된 광고판과 표시판을 제거하고, 태풍 기간에 새로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전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은 1500여대로 추산된다.

초대형 태풍 볼라벤 이동경로.

자동차 업계도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GM 창원공장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공장 유리창이 깨지고 나무가 뽑히면서 출고차량 1000여대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당시 지붕이 날아갔고, 르노삼성 공장도 가로수가 뽑히면서 일부 차량이 피해를 입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전국 생산공장에서 비상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GM도 매미 때의 피해를 다시 입지 않기 위해 전국 공장의 시설 취약지에 대한 순찰과 점검을 강화하고, 전기·가스 공급 중단에 따르는 비상사태 대응 계획도 수립했다.

상대적으로 태풍의 영향이 덜한 전자업계는 태풍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사내게시판에 볼라벤 기상 변동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태풍에 대비한 행동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산업단지도 촉각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도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전국 지사와 지역본부에 태풍대비 국민행동요령을 전달했고, 안전점검과 배수로 사전 점검도 실시했다. 또 침수복구용 양수기 50대를 배치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사장의 특별 지시로 오늘부터 전 지역이 특별상황근무에 돌입했다. 피해가 발생하면 각 지자체와 협조해 빠르게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이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수국가산업단지도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공장설비를 정비하고 있다. 대전시도 대덕산업단지의 배수펌프장 현장을 점검하는 등 지자체의 산업단지 안전점검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