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장기화로 FTA 효과 없어
-1~7월 무역흑자 2.7억弗‥작년 3.6% 불과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유로존 위기의 장기화 여파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대(對) EU 무역수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늘면서 8억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봤다. 1~7월 대 EU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3억8500만달러의 3.65%에 불과했다.

EU 경제가 재정위기 여파로 크게 위축돼 있고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현 시점에서 EU로부터의 수입금액이 수출을 앞서는 것은 당장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유럽 경제가 나아지더라도 이러한 추세가 이전으로 복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와 EU는 서로 수출 품목이 경합하는 게 많은데다 국민 소득 증가로 EU산 사치품 수입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 7월 무역적자 7.9억달러..1~7월 무역흑자 2.7억달러 불과

26일 관세청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7억89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1일 EU와의 FTA가 발효된 이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3개월중 세 번(2011년 7월 2억달러, 11월 3억9000만달러) 있었는데, 적자폭은 지난달이 가장 컸다. 지난달 EU 수출 금액은 38억달러로 2010년 8월(37억5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수입 금액은 45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였다. 올 1~7월까지 무역수지 흑자는 2억6700만달러를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선박 수출이 부진하고 FTA로 최대 수혜가 예상됐던 자동차 수출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 금액은 6억5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 수입 금액은 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의 4억4700만달러 보다 많았다. FTA 이전부터 무관세가 적용되어온 선박 수출은 유럽 해운사의 발주 감소로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수출금액이 감소했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97개 FTA 품목 중 우리가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은 지난달 기준으로 24개에 불과했다. EU로부터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주요 품목인 기계ㆍ컴퓨터, 의료용품, 유기화합물, 가죽제품, 귀금속 등의 적자폭은 일제히 전달보다 확대됐다.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EU의 상황은 FTA를 추진할 때와 다르게 상당히 나빠졌다"며 "그쪽의 수요는 경기 악화로 둔화된 반면 사치품 등 우리나라의 EU산 제품 수요는 나날이 증가해 무역수지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유럽 경제 나아져도 수출 예전만 못할 것"

유럽 경제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EU 수출이 이전과 같은 호황을 구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앞으로 대 EU 수출 증가를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다만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고 FTA에 따른 효과는 양국의 수입과 수출 총량이 모두 느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 연구위원은 "유럽 수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박의 경우, 중국이 선박 수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대 EU 선박 수출에서 예전과 같은 흑자를 내긴 어렵다"며 "해양 설비를 포함해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우리나라의 수출품목이 경합돼 FTA 효과가 경감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유럽 중심국이 아니라 주변국 수출에서 가능성을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수출품은 독일과 같은 EU 중심국보다는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등의 국가에서 경쟁력이 높다"며 "FTA가 당장 긍정적 효과를 보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