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모든 동물의 주 에너지원은 식물이다. 식물은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고, 초식동물은 다시 육식동물의 먹이가 된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에너지가 먹이사슬을 통해 생태계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동물이 광합성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약육강식의 경쟁 없이 식량과 에너지를 구할 수 있어 평화로운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광합성으로 에너지 만드는 진딧물

상상이 현실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식물이 아닌 동물도 광합성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프랑스 소피아 농업생명연구소는 식물의 잎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충인 진딧물이 광합성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다.

대표적인 식물 해충인 진딧물. 프랑스 연구진은 이 진딧물이 체내의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를 통해 광합성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진딧물이 지닌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에 주목했다. 카로티노이드는 광합성 과정에서 청색의 빛을 흡수하는 색소다. 몇몇 동물도 이 색소를 함유한 먹이를 섭취한 결과 몸속에 카로티노이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진딧물은 이 색소를 자체적으로 합성한다.

프랑스 연구진은 진딧물의 몸통 색깔에 따라 카로티노이드의 농도가 다름을 알아냈다. '녹색>오렌지색〉흰색' 진딧물 순으로 카로티노이드가 많았던 것. 세 종류 진딧물의 ATP(생체 에너지원) 수준은 녹색 진딧물이 흰색 진딧물보다 훨씬 높았다. 오렌지색 진딧물은 햇볕이 있는 곳에서는 ATP 분비가 활발했으나 어두운 곳에 두면 ATP 분비량이 급감했다. 연구진은 햇볕을 많이 받으면 에너지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진딧물도 광합성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딧물이 식물에서 당분을 충분하게 섭취하는데 왜 추가로 광합성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다른 나뭇잎으로 이동할 때처럼 먹이가 부족한 상황을 대비한 일종의 '보조 배터리'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세균 이용한 인공 광합성 연구 활발

과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발전시키면 인공 광합성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햇빛과 이산화탄소만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식물의 광합성 노하우를 활용,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인공 광합성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생물은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라는 세균이다. 보통 세균은 다른 생물의 사체를 분해해서 먹고 살지만, 시아노박테리아는 몸에 엽록소가 있어 광합성을 한다. 과학자들은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지구에 처음으로 산소를 공급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선대와 독일 보훔대는 향후 10년간 시아노박테리아를 대량 배양해 물과 수소, 바이오디젤 등을 생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연구진은 시아노박테리아가 자신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것에 착안, 버려지는 에너지를 연료 생산으로 연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버리는 에너지를 받아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연료를 만드는 새로운 박테리아 종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다.

만약 세균보다 고등한 생물인 진딧물이 광합성을 하는 것이 최종 확인될 경우 인공 광합성 연구는 보다 혁신적인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진딧물의 게놈을 분석해 광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경우 이를 활용해 광합성을 하는 곤충이나 가축을 만들어내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다. 해당 단백질을 인공 합성하면 광합성이 가능한 전자소자(素子)를 개발할 수도 있다.

☞광합성(光合成·photosynthesis)

빛 에너지를 받아 이를 생체 에너지 물질로 바꾸는 생물의 작용. 식물의 경우 물(H₂O)과 대기의 이산화탄소(CO₂)를 이용해 포도당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산소(O₂)를 대기로 배출한다. 식물 외에도 일부 박테리아 등 세균도 광합성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