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증가 규모가 4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자영업자였다.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고용의 질'은 여전히 좋지 않다.

경기 악화와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증가로, 수요가 아닌 공급이 많아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취업자 절반 가까이 자영업자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자영업자 취업자 수는 19만6000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 규모(47만명)의 40%에 달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농림어업의 취업자 수가 늘어난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하지만,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 규모(1만3000명)는 자영업자 취업자 증가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지표의 면면을 훑어보면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증가한 자영업자 취업자 중에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3만4000명으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2002년 3월(16만8000명) 이후 10년여 만에 최대치로, 전달(6월 7만6000명)보다는 두 배 가까이 많다. 직원을 두지 않는 '1인 자영업자'가 급증한 것으로,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 쓰나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령별 취업자 증감 수치에도 이러한 상황이 잘 반영돼 있다. 15~29세, 30~39세의 연령층에서는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데 50~59세, 60세 이상의 장노년층에서는 20만명 이상의 취업자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엔 은퇴 후 퇴직금으로 사업을 차려 자영업자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상당수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젊은 세대가 적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베이비부머의 은퇴?자영업자로 재취업?취업자 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는 통계와 체감의 괴리현상을 심화시키는 이유가 된다.

◆ 자영업자 증가, 고용의 質 적신호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주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각 기업에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있다"며 "이는 50대 이상에서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들이 뛰어드는 자영업이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 '손쉬운 창업'이 가능한 분야로, 부실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고용의 양은 늘지만 고용의 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 5월말 기준으로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로 높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자영업자가 급증하기 전만 해도 자영업자들은 평균 소득이 임금 근로자를 능가하는 '괜찮은 일자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 영세 자영업체 3곳 중 1곳은 1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2차 베이비부머도 은퇴 대기중

우리나라 근로자의 은퇴 연령은 57세로 선진국에 비해 5~6년 가량 빠르다.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은퇴가 이르다보니 자녀의 대학 등록금 마련 등 가계 내의 지출에 대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무작정 창업을 실행에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1차 베이비부머에 이어 2차 베이비 부머(1968-1973년생)의 은퇴가 대기하고 있어 자영업자가 더 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는 고용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창업이나 폐업 시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며 "이들을 임금근로자로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