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년 9개월 공사 중단된 파크원 가보니

조선비즈
  • 강도원 기자
    입력 2012.08.15 13:30

    파크원 공사장 내 오피스 건물 모습. 주변 철근 구조물들이 모두 심하게 녹슬었다/강도원 기자

    “현장에 공사가 한창 일때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사장을 가득 메웠었죠. 근데 이렇게 사업장이 망가진 게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니….”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22번지 ‘파크원’ 공사 현장은 30도가 넘는 기온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짓다 만 빌딩은 콘크리트 맨살을 다 드러내고 있었고, H빔 철골 지지대들은 새빨갛게 녹이 슬어 있었다. 축구장 6개 반 넓이(4만6465㎡)의 대형 공사현장에는 입구를 지키는 관리원 2명, 공사 현장을 지키는 시공사 관계자 2명밖에 없었다.

    여의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겠다며 2007년부터 야심 차게 진행된 대형 개발사업 ‘파크원’이 1년9개월째 파행을 맞고 있다. 시행사인 Y22디벨롭먼트측과 땅 주인인 통일교재단 간의 법정싸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녹슬고 빛바랜 공사현장…하루 이자만 1억5000만원

    파크원은 지하 7층 지상 69층, 지하 7층 지상 53층 빌딩 2동과 지하 7층 지상 6층 쇼핑센터 1동, 지하 6층 지상 30층 비즈니스 호텔 1동을 짓는 초대형 개발 사업이다. 공사비만 총 2조3000억원이다. Y22관계자는 “파크원은 서울시내에서 단일 공사 면적으로는 최대 규모”라며 “바로 옆 IFC보다 빌딩도 더 높고 쇼핑몰은 서울 코엑스 아셈 몰보다 규모가 더 크다”고 말했다.

    공사장 현장 모습

    공사는 2007년 6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공정률이 25% 정도였던 2010년 10월 29일 시행사인 Y22 측과 토지소유주인 통일교 간의 소송이 시작되면서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14일 공사장을 둘러싼 초록색 5m 높이 가림막을 지나 현장에 들어서자 녹이 잔뜩 슨 철골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에는 빌딩 벽면에 들어가는 철근들이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철근이 부식되면 부피가 커지는데 이로 인해 콘크리트가 깨질 수 있다”며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 일부는 콘크리트를 벗기고 다시 입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벽을 지지하는 앵커(닻)도 문제였다. 지하 7층까지 땅을 깊게 파다 보니 옆에 드러난 벽면이 무너지지 않도록 여러 개의 철심으로 만든 앵커를 벽면 가득히 박아야 했다. 앵커는 보통 내구연한이 2년 정도인데 공사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벽면 가득 박힌 앵커에서는 녹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벽면가득 앵커가 박혀있는 모습/강도원 기자

    Y22 관계자는 “시공사인 삼성물산(000830)이 현장에 센서 400여개를 설치하고 매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벽이나 땅이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정밀 측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근에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이 있어 일정부분 진동과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늘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대한 타워크레인 두대도 1년째 멈춰 서 있다.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긴 하지만 특수 크레인이라 풀었다 다시 조립하는데만 시간이 1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12층까지 올라간 빌딩 건물 일부를 감싼 특수 거푸집도 해체가 어려워 비용만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워낙 공사현장이 크고 땅을 깊게 파 비가 오면 펌프 33대로 물을 퍼내는 것도 큰 작업이다. 현장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작년과 올해 애를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Y22 관계자는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하루에 이자만 1억5000만원씩 나가는 상황”이라며 “1년 9개월 동안 공사가 진행되지 못해 발생한 피해가 약 1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 통일교·Y22, 빌딩 2동 매각 두고 지상권 분쟁 중

    파크원의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뭘까. 시작은 파크원의 빌딩 2동 매각과 관련 있다.

    Y22 측은 파크원 사업을 시작할 당시 2조3000억원의 공사비를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권은 자금 규모가 너무 크다며 빌딩 2동을 매각해 공사비를 충당하고 나머지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하 5층의 모습. 건물을 짓다 말아 철근등이 나와있다/강도원 기자

    그래서 Y22 측은 빌딩 2동 매각을 진행했다. 8000억원 규모의 53층 빌딩은 미래에셋과 매각 MOU를 맺었고 9000억원 규모의 69층 빌딩은 맥쿼리증권 측과 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통일교재단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통일교재단은 Y22가 건물을 임대할 수 있는 지상권만 가지고 있는데 왜 빌딩을 매각하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Y22가 99년이 지나면 통일교재단에 건물을 반납하기로 계약했는데 빌딩을 매각해 버리면 나중에 어떻게 반납을 할 것이냐는 것이다. 통일교재단 측은 Y22와 맺은 지상권 계약이 무효하다며 ‘지상권 설정등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통일교재단 측 관계자는 “Y22가 지상권만 가지고 있는데 건물을 판다는 것은 통일교재단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지상권을 확대하여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Y22라는 회사가 공사 계약 당시에는 통일교와 관련있던 회사였기 때문에 문선명 총재의 말을 통해 복잡한 권리관계 등도 정리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Y22는 이제와서 통일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입장을 바꾼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Y22 측은 “계약 당시 빌딩을 매각할 수 있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가 있었고 타당한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이미 법원에서 2심까지 승소했다"고 말했다. 또 "통일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로 처음 사업을 진행할때부터 인근 주민들에게 종교 관련 시설은 들어오지 않는다는 동의를 받고 시작한 사업이다"고 말했다.

    ◆ “공사 장기 파행될 가능성 커”

    현재 파크원 공사는 소송과 상관없이 공사비만 조달되면 바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빌딩 2동을 매각해야 한다. 그런데 통일교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즉 양측이 빌딩매각과 관련해 합의하지 않는 한 공사는 장기 파행될 수 있다.

    파크원 완성후 예상모습/조선일보DB
    통일교는 지상권 소송과 관련해 3심까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향후 다른 소송을 통해서라도 빌딩 매각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장기간 의견차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해는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과 해당 사업장 협력업체 400여곳이 겪고 있다. Y22 측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현재 약 1000억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 400곳의 협력업체에서 파견된 임직원 2000여명도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파크원은 남은 공사 기간이 30개월로 빨라야 2016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라며 ”지상권 소송이 해결되면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 있겠지만 통일교 재단이 소송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라 사업장이 장기간 방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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