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와 내수 침체 등 끝이 안보이는 불경기로 산업계가 마침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수요위축과 불투명한 경제상황을 반영해 최대한 긴축에 들어간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0일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부문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회사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경기 침체로 자동차 판매량이 계속 감소해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와 해외를 합쳐 총 8만3062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판매량이 32.8%나 감소했다.

올해 주요 희망퇴직 실시 기업

같은 자동차 업계의 한국GM은 지난 6월과 7월 두 달에 걸쳐 부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해 총 132명의 퇴직신청서를 접수했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 누적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의 실적 악화가 우려할 수준이 아님에도 희망퇴직을 한 것은 경기침체와 실적 부진 가능성에 사전 대응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구조조정 바람은 자동차 업계에서만 부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근속연수 15년,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5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희망퇴직을 시행한 이후 약 8개월 만에 또다시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올해 시행한 희망퇴직 조치는 새로운 인생설계를 희망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인 퇴직신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와 고유가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1분기 9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 국내 영업본부 인력을 대상으로 별도의 위로금과 직영주유소 운영권 등을 주는 조건으로 퇴직신청을 접수했고, 엔씨소프트도 6월과 7월 사이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전체 2800명의 인력 중 15%에 가까운 4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날 만큼 희망퇴직 규모가 컸다.

이 밖에 국내 시멘트업계 1위 업체인 쌍용양회는 건설경기 악화로 재무 상황이 악화하자 올해 초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글로벌 제약·화학기업인 바이엘코리아도 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에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 5월 희망퇴직을 통해 전체 500여명의 직원 중 20%에 달하는 1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 부진이 계속될 경우 산업계의 인력감축 바람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의 동반 침체로 수출과 내수 기업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반기에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