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의 경제학] [1] 1억2천만원(일반 4년제 대학 등록금+사교육비+기회비용) 들인 大卒, 50세까지 高卒보다 3천만원만 더 벌어

조선일보
  • 최규민 기자
  • 박유연 기자
  • 공동기획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입력 2012.07.30 03:04 | 수정 2012.07.30 05:20

    大卒, 高卒보다 밑지는 장사
    32세 月200만원 대졸 계약직 - 졸업 후 8년간 5개 직장 전전
    "이런 일 하려 대학나왔나 싶다"
    대졸자 年50만명 쏟아지는데… - 20대 기업 신입사원 2만5천명
    톱10대학 입학생 수보다 적어
    톱10대학도 취업3년 늦어지면 고졸 취업보다 4800만원 손해

    #1. 2004년 지방 국립대 일어과를 졸업한 김지은(32·가명)씨는 올해 3월부터 한 국책 연구소에서 위촉연구원으로 일한다. 직함은 그럴듯하지만 박사 출신 연구원들을 도와 자료를 찾고 번역을 해주는 등 연구 보조를 하는 역할이다. 월급은 200만원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하는 파리 목숨이다. 졸업 후 8년 동안 벌써 다섯 번째 직장이다. 졸업 후 첫 직장은 월급 100만원가량의 콜센터 상담원이었고, 이후 여러 연구소에서 파견직으로 일했다. 계약직이 싫어 한 번은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적도 있지만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6개월 만에 그만둬야 했다.

    월급 자체가 많지 않고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보니 지금까지 모아둔 돈도, 쌓아둔 경력도 별로 없다. 김씨는 "같은 과 친구들을 봐도 전공을 살려 좋은 직장에 취직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지금 있는 직장도 일의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끼기는 힘들다 보니 가끔씩 '대학 나와서 이게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 김성인(37·가명)씨는 "열다섯 살 때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김씨는 중3이던 1990년 대학 진학을 위해 인문계 고교로 가느냐, 상고에 진학하느냐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상고에 진학했고 1994년 졸업과 동시에 한 시중 은행에 취직했다. 현재 직급은 차장이다. 이 같은 결정의 직접적인 금전 효과만 해도 2억5000만원은 될 것이란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는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과 비교해 최소 5년은 먼저 일을 시작했으니 그에 따른 수입이 2억원 정도 되고, 등록금 등 대학에 다니지 않아 아낀 돈이 50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취직을 빨리한 덕에 결혼도 빨랐다. 2001년 결혼하면서 3억원에 장만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시세는 현재 10억원에 육박한다. 은행에 다니면서 야간으로 한 대학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어 내년이면 학사 자격도 취득한다.

    일자리 줄고, 교육비는 늘어나고

    두 김씨의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전체 대학 졸업자를 놓고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가 갈수록 '괜찮은 일자리'는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 대학 교육의 비용은 치솟으면서 대학 졸업장의 경제적 가치는 날로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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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금융사·공무원 등 좋은 일자리 개수는 1995년 412만개에서 2009년 405만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학 진학률은 51%에서 80%로 크게 증가했다. 한 해 50만명 이상의 대학 졸업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새로 생기는 좋은 일자리는 극소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 등 주요 20개사가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은 2만5000여명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대 등 상위 10개 대학만 해도 지난해 입학생 숫자는 2만7000여명에 이른다. 갈수록 치솟는 대학 교육 비용도 졸업장의 경제적 가치 하락의 주범이다. 1인당 연간 대학 등록금은 국·공립 대학의 경우 2001년 243만원에서 2010년 444만원으로, 사립대학은 480만원에서 754만원으로 급등했다. 대학교육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개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813만원, 그 외 4년제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687만원에 달했다. 취업난으로 인한 '스펙 쌓기' 열풍으로 어학연수와 각종 학원 등 대학에 다니면서 쓰는 사교육비도 급증세다. 한 취업 알선업체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사교육비는 지난 2년 새 19% 증가해 1인당 월평균 32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에 사용한 대졸자 직업 이동 경로 조사(GOMS) 자료에서는 월평균 사교육비가 23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상위 10개 대학을 제외한 일반 대학 졸업자들은 비용과 평생 소득을 감안할 때 특성화고 졸업자보다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대학 출신이더라도 취업이 3년 늦춰지면 그만큼 소득이 줄어 고졸 출신보다 4800만원가량 손해를 보는 것으로 계산됐다.

    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연구위원은 "'사람 구실을 하려면 대학을 가야 한다'는 오래된 믿음 때문에 지금까지 대학 가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엄청난 개인적·사회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학 교육의 비용과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해 한 번쯤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23~50세男 임금데이터로 대졸자 비용편익 첫 분석

    대학교육의 비용과 편익을 분석한 이번 조사에서는 남성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 좀 더 정확한 평생소득을 계산하기 위한 것이다. 취업연령과 졸업학교별 첫 임금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3개월 평균 임금과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GOMS)를 활용했다. 평생소득은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사용해 23~50세 근로자의 실제 임금데이터를 반영한 뒤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산출했다. 대학등록금은 대학정보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 고교 사교육비는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 대학 사교육비는 GOMS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번 분석을 맡은 직업능력개발원 양정승 박사는 “대학교육의 비용편익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대학교육의 수익성이 특성화고보다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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