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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한 인원 중 10명의 4명은 지방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 안에는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등 일반적인 지방대와 같은 범주로 보기 어려운 명문대 졸업생들도 포함돼 있어, 대기업들이 실제 지방대 졸업자들에 대한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대기업 신규채용인원 중 42.3%는 지방대…지난해보다 늘어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국내 주요 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소재별 채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대졸(대학원·전문대 포함) 채용인원 2만5751명 중 지방대 출신은 전년대비 1246명 늘어난 1만885명으로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지방대 졸업자 비중 38.8%에서 3.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4년제 대학 졸업자(대학원 졸업 포함)의 경우도 지방대 출신들의 비중이 늘었다. 주요 20개 기업의 4년제 지방대 출신 취업인원은 지난 2009년 4107명에서 지난해에는 53.4% 증가한 6301명을 기록했다. 반면 수도권 대학 출신은 같은 기간 9185명에서 1만2220명으로 늘어 33.0%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경련은 이처럼 대기업들의 지방대 졸업자 채용 비중이 높은 수준을 기록한 데 대해 기업들이 자발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봤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지역인재 채용비중을 30% 이상으로 맞출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주요 20개 기업의 지난해 채용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며 “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역인재 선발에 지속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수치에 카이스트·포항공대도 포함…아전인수 해석 논란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같은 전경련의 ‘자화자찬식’ 분석이 실제 지방대 졸업자들의 취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통계 안에는 최고 명문대로 분류되는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등도 포함돼 있어 기업들이 제 입맛에 맞게 자료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카이스트의 학부생 취업률은 45.7%를 기록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사람을 제외한 240여명의 졸업자 중 약 110~120명이 취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년제 지방대 출신 대기업 취업자가 6301명인 점을 보면 다소 낮은 수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원을 포함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이 학교 대학원의 취업률은 90%에 이르렀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대학원 졸업자 1600명 중 1000여명 이상의 인원이 취업했다”고 전했다. 이 중 많은 수가 국내 대기업에 취업한 점을 감안하면 전경련이 집계한 4년제 지방대 출신 대기업 취업자 중 상당수가 카이스트 출신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포항공대 역시 지난해 학부 졸업생 중 취업자의 비중은 60여명이었지만, 대학원의 경우 약 300명 이상의 졸업자가 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4년제 지방대 취업자 증가분의 대부분이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출신으로 실제 지방대생의 취업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열린 채용 관행이 이미 정착되고 있다”며 “채용과 관련해 의무 고용 등 규제보다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익명의 지방대 졸업자는 “대기업들이 지방대 출신에 대한 고용을 늘리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지방대 졸업자들이 느끼는 취업 현실은 이전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