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2008년 1MMBtu당 12달러를 웃돌던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4월 10년 만에 1달러대로 추락했다. 지난 19일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천연가스 가격은 1MMBtu당 2.9달러로 4월보다는 올랐지만, 1년 전(5달러 선)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이 셰일가스(shale gas·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셰일에 존재하는 가스)를 본격 개발하면서 시장에 천연가스 공급이 넘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셰일가스가 에너지시장에 혁명을 몰고 오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면서 기존의 천연가스 가격을 낮추고 있고, 석유·석탄이 지배하던 기존 에너지 시장의 판도도 바꿀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판도 변화

셰일가스가 뒤늦게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매장량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셰일가스 매장량은 187.5조㎥. 전 세계가 지난해처럼 천연가스를 소비한다고 했을 때 59년간 사용 가능한 규모다. 2030년쯤엔 석탄을 제치고 석유에 이어 제2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인 EIA에선 2035년 미국 천연가스 총 생산량의 절반을 셰일가스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이 확보된 것도 한 이유다. 채굴 기술이 발달하고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개발이 활발해졌다. 북미 지역의 셰일가스 탐사·개발 단가는 2007년 1000㎥당 73달러에서 2010년 31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기존 전통가스 개발단가(46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셰일가스는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에너지산업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가스 생산이 늘면서 미국산 석탄 수출이 증가하자 국제 석탄가격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내에선 발전연료가 천연가스로 대체되면서 석탄 수요가 급감, 석탄생산업체인 패트리어트콜이 이달 초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저가격 가스 시대가 오면서 국제 원유 가격 등 에너지 가격을 잡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에너지업계 한 CEO는 "셰일가스 수출이 본격화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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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금지해왔던 미국 DOE는 지난해 40년 만에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계획을 승인했다. 대상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한국 등 10여 개국이다. 우리나라로서는 그동안 중동에 치중돼 있던 LNG 도입선이 다변화되면서 단가 하락 효과가 기대된다. 천연가스가 나지 않는 동아시아 지역은 두바이산 원유 가격에 연동해 LNG 가격을 산정해왔지만, 앞으로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산 LNG와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값싼 셰일가스가 향후 원자력발전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스발전소는 원전(原電)보다 공사기간이 짧고, 건설비용도 5분의 1 이하다.

◇환경문제 걸림돌…미국서도 논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셰일가스는 채굴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쓴다. 이 약품이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 문제를 들어 셰일가스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이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은 유럽지역에서 셰일가스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산 LNG 주요 수입국이 될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수송비용이 적지 않아 수입에 큰 매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기체상태인 천연가스는 파이프로 1MMBtu당 1~4달러면 수송이 가능하지만, LNG는 운송에 7~10달러가 소요된다. 딜로이트와 맥킨지 등은 중장기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1MMBtu당 5~7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격대에서 운송비 등을 감안한 미국산 LNG 도입가격은 11.75~14.05달러 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동아시아 지역 LNG 가격은 15달러대 초반이다.

☞MMBtu(Million Metric British thermal unit)

1Btu는 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0.252㎉)으로, MMBtu는 100만Btu에 해당한다. 천연가스·LNG 등에 주로 쓰이는 단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