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석유제품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올 3월 30일부터 시작된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의 영향 탓이다. 이달부터는 수입 석유류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제공돼 수입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름값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혜택이 실소비자보다 일본 정유업체와 일부 수입업자에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일본에서 경유(디젤) 10만6000배럴을 수입했다. 4월(10만9000배럴)에 이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수입물량이 10만배럴을 웃돌았다. 10만배럴은 국내 경유 월 소비량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지난해 4월엔 일본에서 경유 수입이 전혀 없었다. 작년 5월에도 7000 배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일본 경유 수입이 늘어난 것은 왜일까. 국내 정유사들의 독과점구조를 깨기 위해 정부가 전자상거래시장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수입제품에 대해 리터(L)당 50원가량의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석유류 수입업자들은 미리 일본에서 물량을 확보했으며 일부 종합상사도 경유 수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유업체들도 한국에 수입품을 우대하는 전자상거래시장이 열리자 수출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일본 이데미쓰와 JX NOE 등 정유사들이 지난 5월부터 매달 3만t(22만배럴)씩의 경유를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우리 사이엔 단발 거래로 7000~1만t 정도가 거래되는 일은 있었지만 최근처럼 정기적으로 많은 물량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환경 기준에 맞는 휘발유와 경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 정유사 관계자는 "황 함량이 높은 중국산 경유와 달리 일본은 국내 제품과 비슷한 저유황 경유를 만들고 있어 수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그동안은 가격이 비싸 일본 경유 수입이 많지 않았는데, 전자상거래시장이 열리면서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경유 생산량은 많지만 휘발유는 일본 국내에서도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수출하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국내 석유류 가격을 낮추려는 정부정책이 수입업자와 외국 정유사만 이득을 보게 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발한다. 정부는 수입 석유의 가격 인하 혜택이 소비자 가격까지 이어지도록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거래가 75%에 달해 제대로 모니터링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우리 석유제품의 품질이 훨씬 뛰어나 일본에서도 수입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본 제품을 세금을 깎아주면서 억지로 수입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량과 비교해선 규모도 미미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