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무디 사업을 성공시킬 자신이 있습니다."(김성완 대표)

"한국인들은 스무디가 뭔지도 모를 텐데 그게 잘 될까요?"(스티브 쿠노 스무디킹 회장)

2002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호빙턴에 있는 스무디킹 본사. 당시 31세였던 스무디즈코리아 김성완(40) 대표는 스무디킹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쿠노(65) 회장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결국 한국 판권을 획득했고, 스무디킹의 첫 해외 매장을 열게 됐다.

주력 상품인 스무디는 1973년 군(軍) 간호사 출신인 쿠노 회장이 10대 때부터 앓아온 저혈당과 피부 트러블 알레르기를 고치기 위해 과일에 비타민·미네랄·단백질 등의 영양소를 첨가해 만든 기능성 과일 음료다. '스무디'라는 이름도 스스로 붙였다. 미국 내에 매장 550여개가 있을 만큼 성장했고, 해외는 한국·이집트·터키 등에 진출한 상태다.

10년이 지난 9일(현지 시각) 김 대표는 쿠노 회장과 다시 만났다. 이번엔 더 큰 계약을 했다. 스무디즈코리아가 스무디킹 본사를 5000만달러(약 57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한국 파트너가 글로벌 본사를 인수하는 '역(逆)인수'의 드라마를 김 대표가 또 한 편 완성했다.

역인수의 시발은 2005년 김성주 회장이 이끄는 성주그룹독일 브랜드 MCM을 인수한 것이었다. 이어 2007년 1월 휠라코리아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스포츠용품·패션 브랜드 '휠라'를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휠라코리아는 1991년 소규모 한국 지사로 출발했다가 2005년 본사에 1300억원을 주고 한국 지사를 매입, 독립 법인이 됐고 2년 후 다시 본사마저 삼켰다. 1926년 설립된 휠라는 전 세계에서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유명 브랜드였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도 일본 본사에서 한국 판권을 들여와 사업을 시작했다가 전 세계 판권을 모두 사들여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 스무디킹 본사를 인수한 김성완 스무디즈코리아 대표는 “미국 이외 지역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성완 스무디즈코리아 대표는 전자제품 리모컨 생산 업체 경인전자경인정밀 등을 경영하는 김효조 회장의 장남이다. 1990년대 미국 유학 중 맛보았던 스무디킹을 국내에 들여와 2003년 5월 점포세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명동에 1호점을 냈다.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6년까지 내리 4년 적자를 냈다. 김 대표는 "천연 과일 원료인 스무디를 향료와 색소로 만든 얼음 빙수 슬러시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놓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몇 번이나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버텨낸 끝에 2007년부터 흑자를 냈고 이후 고속 성장을 계속하는 중이다.

성공의 힘은 한국인에게 맞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명동 거리에서 제품을 직접 나눠주며 영양 밸런스를 맞춘 웰빙 과일 음료임을 홍보하고 '스무디킹 다이어트 체험단'을 운영해 젊은 여성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무엇보다 핵심 상권의 직영점 전략을 고수하며 고급 이미지를 키워나가는 데 주력했다.

쿠노 회장이 김 대표에게 회사를 넘기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바로 한국인의 놀라운 마케팅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 스무디킹 세계 10대 매장 중 3개가 한국에 있다. 특히 영등포 타임스퀘어 매장은 전 세계 700여개 스무디킹 매장 중 매출 1위다. 쿠노 회장은 스무디킹이 세계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김 대표 같은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경영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쿠노 회장은 회사를 넘긴 후 스무디킹의 연구·개발 책임자로 남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을 제외한 스무디킹의 매출이 2000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 인수금액 570억원은 좋은 조건이라고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스무디즈코리아는 본사 지분 60%를 갖기로 하고 40%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SCPE가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나눠 갖도록 했다.

김 대표는 인수 직후부터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가맹점 위주인 미국에서 직영점을 확대하고 올 연말 싱가포르, 내년 초 중국 상하이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2017년까지 전 세계 점포를 2000개 이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