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2년이 된 최희진(가명·30)씨는 남편에게 비밀로 하는 일이 하나 있다. 결혼식 올리기 직전, 결혼을 포기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최씨는 중매로 치과의사인 남편을 만났다. 서로 마음에 들어 결혼을 결정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예단 이야기가 나오자 얘기가 달라졌다.
시댁은 5000만원을 요구했다. '도대체 그 돈을 왜 내야 하나, 치과 의사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렇게 요구를 하나'라는 생각이 최씨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변에선 "결혼한다고 소문 다 났는데 이제 깨지면 여자만 손해"라는 사람도 있고, "전문직에 시집가려면 그 정도는 기본"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최씨와 최씨의 부모는 그냥 세태를 따르기로 했다. 700만원짜리 샤넬 가방을 사서, 현금과 수표로 1억원을 채운 뒤 시댁에 전했다. 절반은 돌려주는 게 관행이라기에, 시댁에서 요구한 금액의 두 배를 넣은 것이다. 실제로 시댁에선 5000만원을 돌려줬다.
그런데 반전은 그 뒤에 일어났다. 결혼한 뒤 남편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 보니, 최씨가 가장 예단을 적게 해간 사람이었다. 다른 부인들 중에는 "시부모와 신랑에게 외제차를 각각 한 대씩 총 세 대 뽑아줬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여성은 아예 신혼집을 친정에서 사줬다고 했다.
몇몇 이상한 사람들 얘기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 전체가 정말로 이만큼 병 들어 있는 것일까? 3일 밤 TV조선(채널 19번) '8시 뉴스 날'에서 명품 가방·수입차 등 수억원어치 예단을 주고받는 실태를 생생하게 보도한다.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함께 만드는 공동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