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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홀쭉이 몸속 미생물 달라… 장내 세균 바꾸면 체중도 바뀐다

  • 이영완 기자

  • 입력 : 2012.06.26 03:14

    美 국립보건원 인체 미생물 연구 논문 17편 발표
    살찐 사람 세균이 체지방 늘려, 마른 사람 세균 이식 땐 살 빠져… 비만 환자 대상 임상시험 활발
    인체 도우미 미생물 1000조마리, 면역 유지·태아 성장에도 관여… 총 유전자 수도 인간의 360배

    사람의 몸은 수많은 미생물이 세포와 공생하고 있는 생태계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사람의 얼굴과 각종 미생물의 확대 사진을 합성한 그림. /네이처 제공
    사람의 몸은 수많은 미생물이 세포와 공생하고 있는 생태계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사람의 얼굴과 각종 미생물의 확대 사진을 합성한 그림. /네이처 제공
    우리 몸에 깃들어 사는 또 다른 존재인 미생물을 밝혀내는 연구가 봇물 터지듯 활발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현미경으로나 겨우 보이는 작은 미생물들이 사람을 비만에 이르게도 하고, 면역작용을 좌우하며, 아기가 자라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잇달아 밝혀냈다. 내 안에 있는 이 작은 거인들은 과연 누구인가.

    다양성에서는 장내 세균이 최고

    우리 몸 구석구석에는 100조~1000조마리의 미생물이 산다. 성인의 세포 수가 60~100조이니 주객(主客)이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 지난 14일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인간미생물군집프로젝트(HMP·Human Microbiome Project)는 건강한 남녀 242명의 몸에 사는 미생물 군집의 정체를 규명한 논문 17편을 '네이처' 등 국제학술지에 일제히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5년간 1억7000만 달러(약 20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참여 연구원도 200명이 넘는다.

    미생물의 정체를 알려면 일단 실험실에서 키워야 한다. 그래야 유전자 분석 등에 쓸 충분한 개체 수를 확보할 수 있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수천~수만종을 일일이 배양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실제로는 미생물의 식성을 몰라 아예 키우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종식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이번엔 미생물 종류는 따지지 않고 집단 전체의 유전자를 한 번에 뽑아 분석한 것"이라며 "정체가 알려져 배양이 가능한 미생물 3000종은 따로 전체 게놈을 해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의 총 유전자 수는 약 800만개로 밝혀졌다. 인간 유전자 2만2000개의 360배나 되는 양이다. 해독한 유전자 염기만 3조5000억개로 2000년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나온 사람 유전자 염기 해독량의 1000배나 됐다.

    신체 부위별로 보면 대장(大腸) 같은 소화기와 입안에 사는 미생물이 가장 종류가 가장 많았으며, 피부나 코에 사는 미생물은 중간쯤 됐다. 미생물 종류가 가장 적은 곳은 생식기였다.

    뚱보·홀쭉이 몸속 미생물 달라… 장내 세균 바꾸면 체중도 바뀐다
    비만과 면역질환도 미생물이 좌우

    그렇다면 인체에 사는 미생물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것은 총 무게가 1㎏이나 되는 장내(腸內) 세균이다. 2006년 12월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내 세균이 따로 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비만인 사람의 체중이 줄면 장내 세균도 마른 사람과 비슷해졌다. 장내 세균을 모두 없앤 생쥐에게 비만 생쥐의 장내 세균을 이식했더니 2주 만에 체지방이 47%나 증가했다.

    외부 병원균과 싸우는 면역 반응에도 미생물이 관여한다. 지난 22일 미 하버드 의대 정하정 박사는 장내 세균을 모두 없앤 쥐들에게 한쪽은 사람의 장내 세균을, 다른 쪽엔 동료 쥐의 장내 세균을 각각 이식한 실험결과를 '셀(Cell)' 지에 발표했다. 같은 쥐의 장내 세균을 이식받은 생쥐는 멀쩡했지만, 사람의 장내 세균을 이식받은 생쥐는 면역세포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 수는 장내 세균을 완전히 없앤 쥐와 비슷했다. 장내 세균이 건강해야 병원균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기가 자라는 데에도 미생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 베일러의대 연구진은 이번 HMP 연구에서 여성이 아기를 가지면 질내 미생물의 종류가 급격하게 바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늘어난 미생물은 주로 우유를 소화시키는 유산균이었다. 연구진은 아기가 엄마의 질을 통해 세상에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유산균을 몸에 받아들여 모유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고 추정했다.

    마른 사람 미생물로 비만 잡는다

    내 안의 미생물이 건강하면 몸도 건강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앨버타대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채취한 장내 세균을 환자에게 이식하면 환자의 83%에서 손상됐던 장내 세균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미 네덜란드 연구진은 비만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날씬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이식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미네소타대 연구진도 곧 장내 세균 이식술에 대한 정식 임상시험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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