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이스라엘 서북부 애시콜(Eshkol) 지역에 있는 중앙 정수장. 이스라엘 수자원공사 메코로트(Mekorot)가 운영하는 이곳은 여느 정수장과 달리 염소(鹽素) 냄새가 나지 않았고,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시설에 물고기를 풀어놓은 이유는 이들이 정수장의 청소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사는 물고기는 잉어·농어·숭어류로 인근 갈릴리 호수에서 끌어온 물속에 있는 플랑크톤이나 식물 등을 먹어치운다. 메코로트는 물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물고기 10여종을 찾아내 세계 최초로 정수장에 풀어놓았다. 염소 등 화학물질 없이도 물을 깨끗하게 할 수 있어 큰 비용이 드는 염소 소독용 파이프 설치가 필요 없었고, 정수장 청소를 위해 설비 가동을 멈출 필요도 없게 됐다.
수질 관리 책임자 사미르 하투카이(Hatukai) 박사는 "이스라엘은 물이 매우 부족한 나라지만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다시 쓰고, 만들어 쓰는 기술을 발전시켜 강수량이 적은 자연환경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에너지를 절감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물 생산·관리 방법을 고안해 수출도 한다.
◇하수의 75%를 재활용하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연평균 강수량은 700㎜. 세계 평균(880㎜)에 미치지 못하며 한국(1300㎜)의 절반 수준인 대표적 물 부족 국가다. 갈릴리 호수가 지하수를 제외한 유일한 대규모 담수(淡水) 공급처다. 레바논·시리아·요르단 등이 모두 갈릴리 호수와 접해있어 수자원 안보가 취약한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은 이미 사용한 물을 다시 쓰는 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하수 발생 규모는 연간 5억3000만㎥. 이 중 75%가 재처리돼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물 재이용률이 세계 1위다. 2위인 스페인(12%)과 큰 차이가 난다. 재사용되는 물은 이스라엘 전체 수자원 공급량의 20%(4억5000만㎥) 이상을 차지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2050년까지 연간 전체 물 공급량의 30%를 정수 처리된 재생수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100대 그린에너지 기업에 포함된 정수 시스템 기업 아크와이즈(Aqwise)도 정부 지원으로 탄생한 업체다. 아크와이즈는 오·폐수 정수 기술을 미국·멕시코·스페인·칠레·브라질 등에 수출했다.
국내에서도 오·폐수 정수 및 상하수도 관리 시스템 개선 작업이 활발하다. 올 3월 환경부는 GS건설·대우건설·SK건설·한화건설·포스코건설·대림산업·웅진코웨이·포스코ICT 등 8개 기업과 함께 5년간 473억원을 들여 정수장 성능 개선 및 최적화 작업인 '에코스마트(eco-smart)'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부족한 물은 만들어 쓴다
이스라엘은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기술도 세계 정상급이다. 에너지 소모량에 비해 많은 물을 담수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나라는 일반적으로 증발법을 적용한 플랜트를 사용하지만, 이스라엘은 특수한 막으로 염분을 걸러내는 역삼투압 방식을 통해 담수를 만들어낸다.
이스라엘 해수 담수화 플랜트의 에너지 소모량은 ㎥당 3.9㎾h. 스페인(4.1㎾h)·일본(5.5㎾h)에 비해 낮지만, 일일 시설 용량은 32만6144㎥로 스페인(12만㎥)·일본(5만㎥)보다 많다. 또 물 1㎥당 담수화 비용은 52센트(600원)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1965년 국토 최남단 에일라트(Eilat)에 첫 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했다. 이어 2005년에는 담수를 연간 1억2000만㎥ 생산할 수 있는 아슈켈론(Ashkelon) 플랜트, 2007년은 5000만㎥급의 팔마힘(Palmahim) 플랜트, 2010년 1억3000만㎥급의 하데라(Hadera) 담수화 플랜트를 차례로 건설했다.
지난해 생활용수의 42%, 전체 수자원의 14%가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 공급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소레크(Soreq)·아슈도드(Ashdod)·웨스턴 갈릴(Western Galil)에도 총 3억㎥ 수준의 해수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완공 시점인 2020년이면 전체 수자원의 30%가 해수 담수화를 통해 생산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수도청의 아브라함 테네(Tenne) 총괄팀장은 "해수 담수화 시장은 연평균 9%씩 성장하는 블루오션"이라며 "2015년까지 565억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도 담수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