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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좋다고 일 잘하나… 실무형 스마트 채용 확산

  • 홍원상 기자

  • 입력 : 2012.06.04 03:12

    기업의 신입사원 만족도, 10점 만점에 평균 6.7점
    뛰어난 학벌·어학실력보다 우수한 실무능력·창의력 원해
    회사에 맞는 인재 채용위해 업무와 관련된 테스트 실시

    발효식품 전문업체 샘표식품은 올해 신입사원 공채 면접장소로 회사 본사에 있는 요리실습실을 택했다. 응시자 4~5명이 한 조가 되어 주어진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면접관들에게 요리의 주제와 특징을 설명하는 '요리 면접'을 하기 위해서였다. 샘표가 '요리 면접'을 실시한 것은 식품회사 직원이라면 요리를 어느 정도 알아야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샘표식품 김서인 인사담당 이사는 "참가자들의 요리 과정을 통해 일반 면접으로는 잘 알 수 없는 개인의 인성과 팀워크, 창의력 등을 평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샘표식품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한 취업 준비생들이 서울 샘표 본사 요리실습실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음식의 특징을 어떻게 설명할지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샘표식품 제공
    올해 샘표식품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한 취업 준비생들이 서울 샘표 본사 요리실습실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음식의 특징을 어떻게 설명할지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샘표식품 제공
    기업들 사이에 '스마트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확보하고 조기 이직(離職) 등 채용 실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성적, 어학 능력을 중심으로 한 서류전형과 대면(對面) 면접 등 기존 방식에서 탈피, 실무형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회사 특성에 맞는 인재를 찾아라

    사원 채용은 기업이 미래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경영상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난 속에 예비 취업생들의 '스펙(spec·취업 등에 도움이 되는 경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기업은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최근 조사한 기업의 신입사원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7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취업 응시생들의 표면적인 능력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력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국내 주요 기업마다 학력이나 학벌보다는 실무 능력과 창의력 중심으로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스펙 좋다고 일 잘하나… 실무형 스마트 채용 확산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월 경복궁에서 신입사원 필기시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로드 미션을 실시했다. '고궁(古宮)을 활용한 관광상품화 방안'이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응시자들이 현장에서 얻은 각종 정보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상품 기획안을 발표하도록 했다. 대우증권은 지원자의 세일즈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회사에서 판매 중인 금융상품 하나를 고르게 한 뒤 심사위원과 동료 지원자들에게 이 상품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테스트를 도입했다.

    지원자의 학력과 성별, 나이 등은 전혀 따지지 않고 단지 자신이 맡을 업무 지식과 능력만으로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회사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관리하는 SNS(사회관계형 서비스) 매니저를 뽑으면서, 회사 측이 제시한 미션에 대해 SNS 일반 사용자들의 참여(공유 또는 댓글)를 많이 이끌어내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줬다.

    실제 업무 능력을 갖췄는지 파악해야

    기업이 채용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데는 '스펙'이 좋은 인력만으로는 회사를 꾸려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요즘은 구직자 대부분이 다양한 경로로 높은 스펙을 쌓아놓았기 때문에 서류 전형·면접 같은 평가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된 인재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이력서 경력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제로 그 사람이 업무를 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업 부서 간부들이 채용 과정에 직접 참여해 함께 일할 인재의 능력과 인성을 검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인턴십 과정을 통과한 응시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시나리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각 지점에 배치해 경쟁 점포와 지역상권 조사, 업체간 광고전략 비교, 영업사원 체험 등 다양한 현장 상황을 직접 경험하도록 한 뒤 해당 지점 영업팀장이 지원자의 업무 지식과 대처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지원자 스스로 유통업에 적성이 맞는지 판단하고 업무 적응력도 높일 수 있다"며 "이 방식을 도입하고 나서 입사 후 조기 퇴사율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효율적인 채용 방법을 개발하는 동시에 회사의 특성과 분위기를 예비 취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랜 과정을 거쳐 심혈을 기울여 뽑은 인재가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떠날 경우 회사로서는 유·무형적으로 적지 않은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봉재 수석연구원은 "스마트 채용 시대에 인사부서는 회사가 요구하는 핵심인재 대상과 범위를 정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업무, 현업부서는 채용 과정에서 능력을 검증하는 일을 나눠서 맡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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