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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일본이 아리랑3호 지극정성 쏟은 까닭

  • 박근태 기자

  • 입력 : 2012.05.21 16:10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18일 공개한 아리랑3호 발사장면(왼쪽)과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측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발사장면. 오른쪽 사진에는 일장기가 보이는 반면 한국측 사진에는 일장기가 보이지 않는다. JAXA 제공 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18일 공개한 아리랑3호 발사장면(왼쪽)과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측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발사장면. 오른쪽 사진에는 일장기가 보이는 반면 한국측 사진에는 일장기가 보이지 않는다. JAXA 제공 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3호가 우주궤도에 안착한 이달 18일 저녁 일본 규슈 남부 다네가시마섬의 한 연회장.

    아리랑 3호 발사 성공을 기념해 열린 축하연에서 고바야시 다카시 미쓰비시중공업 항공우주사업본부장은 “아리랑 3호의 발사 성공은 한국과 일본팀의 단결의 결실”이라며 “한국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고 일본의 첫 해외위성 서비스가 성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고바야시 본부장은 이어 “일본은 이미 1000년전부터 한반도를 통해 불교와 주요 문물을 전해받았다”며 “한국과 일본은 오랜 이웃이자 친구, 형제와 같은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틀전 16일 저녁 열린 성공 기원 만찬에서도 “아리랑 3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에토 마모루 박사 역시 “일본의 첫 해외 위성 발사사업을 이웃나라 한국과 손잡고 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향후 한일간 우주개발 협력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한일간 우주협력 물꼬

    일본측 고위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반응은 최근 수년새 우주개발 분야에서 변화하고 있는 양국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아리랑 3호의 발사 외에도 지난해 3월 일본 동북부 지진 현황을 아리랑 2호를 통해 파악하는 등 양국간 우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얼마전까지 다른 과학 분야와 달리 우주 분야만큼은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발사체와 인공위성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일본은 주로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 유럽과 협력을 해왔을 뿐 우주기술에서 걸음마 수준인 한국과 협력에서 득될 게 없다고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우주 분야에 앞선 동맹국 미국, 일본과 협력을 기대했지만 ‘민감 기술’을 이유로 협력을 꺼려하는 이들 나라와 좀처럼 협력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오히려 소련 붕괴 이후 우주협력에 적극적인 러시아, 유럽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8년 일본의 H2A로켓이 아리랑 3호 위성 발사체로 선정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아리랑 3호는 일본이 자국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쏴올린 최초의 해외 위성이다. 일본 측도 이번 발사에 상당히 공인 이유도 한국이 첫 해외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선정 당시 일본의 위성 발사 기술은 이미 세계 수준에 올라 있었다. 아리랑 3호를 우주로 실어나른 H2A 로켓만해도 2001년 첫 발사 이후 이번을 포함해 21번 발사됐지만 단 한차례만 실패했다. 신뢰성 95%로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다.

    일본은 H2A와 H2B 등 독자적 위성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해외 위성 발사 실적이 없었다. 해외에서 위성 발사를 수주해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와 비교해 상업 위성 발사 사업에 뒤쳐져 있던 셈이다.

    한국의 첫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는 미국의 토러스 로켓에, 아리랑 2호도 러시아 로콧 발사체에 실어 보냈다.

    일본이 해외 위성을 발사하지 못한 이유는 발사체 선정 과정이 보수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엄청난 위험부담이 있는 위성 발사에서 해외 위성을 한번도 발사한 적이 없는 발사체를 선정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발사 사업 수주를 간절하게 희망하던 JAXA와 미쓰비시중공업는 2007년 아리랑 3호 발사체 선정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선다.

    2007년 진행된 국제 입찰에 참여한 일본은 함께 입찰에 참가한 러시아보다 훨씬 낮은 1960만 달러를 제시했다.

    최해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실용위성3호(아리랑3호) 사업단장은 “입찰 기준은 기술적인 신뢰성과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일본측이 제시한 가격조건이 발사체 선정에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음을 내비쳤다.

    아리랑 3호 발사 직전 만난 미쓰비시 중공업의 한 발사 관계자도 “현재 약 10개국과 위성의 위탁 발사를 협의 중”이라며 “아리랑 3호 는 해외에서 수주한 첫 위성 발사 사업이기 때문에 매우 우리로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리랑3호 발사에 즈음해 문을 연 한국어 웹사이트.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리랑3호 발사에 즈음해 문을 연 한국어 웹사이트.
    ◆ 아리랑3호, 일본 해외 위성 사업 호재로

    일본은 아리랑 3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해외 위성 발사 사업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아리랑 3호는 일본의 H2A에 붙어있던 ‘국내용 발사체’라는 딱지를 시원스럽게 떼어내준 셈이다.

    일본은 무게 980㎏ 이르는 중형위성인 아리랑 3호를 이번에 안정적으로 우주궤도에 올려놓음으로써 안전성과 신뢰성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일본은 이번 아리랑 3호의 성공적 발사가 향후 위성 발사 서비스 사업 확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아리랑 3호 발사가 성공한 직후 “이번 발사 성공이 일본의 해외 위성 발사 서비스의 본격적인 첫 신호탄이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측은 특히 한국의 향후 위성발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향후 아리랑 6호와 두번째 정지궤도 위성 등 추가 위성 발사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측은 이번 발사에서도 한국측 정부 고위관계자로 구성된 대표단의 방문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대표단이 방문하는 주요 항만과 공항, 호텔을 비롯해 우주 센터가 있는 다네가시마섬 곳곳에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붙였다. 대표단이 먹는 식단도 한국인 습성에 맞도록 배려할 정도였다.

    또 발사 상황을 한국 국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특별히 발사 준비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한국어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리랑 3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한일 우주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웅섭 한국연구재단 거대과학단장(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가격 경쟁력과 신뢰성 측면에서 보면 위성 발사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일본과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발사체 개발사업을 비롯해 위성 발사 사업 역시 러시아에 상당히 치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와 우주협력은 계속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소형위성발사체인 나로호가 이미 2차례나 발사에 실패했고 여기에 핵심 기술인 로켓 엔진 기술 등 핵심 기술의 자체 확보가 지체되면서 2021년까지 한국형소형위성발사체(KSLV-II)를 홀로 개발해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밤이나 악천후 시에도 지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아리랑 5호 역시 지난해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발사 용역을 맡은 러시아측 기업의 사정으로 발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사업을 발주해놓고도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러시아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상황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일간 우주 협력이 확대되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프랑스 등을 자극해 가격을 비롯한 여러 조건에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아리랑3호가 우주궤도에 안착한 18일 오후 열린 축하연에서 교과부와 항우연, 일본 측 고위관계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다네가시마(일본)=박근태 기자 kunta@chosun.com
    아리랑3호가 우주궤도에 안착한 18일 오후 열린 축하연에서 교과부와 항우연, 일본 측 고위관계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다네가시마(일본)=박근태 기자 kunta@chosun.com
    ◆ 한일 우주협력 강제징용 문제 뜻밖의 복병될 수도

    물론 한일간 우주 협력에는 숨은 복병이 남아 있다.

    아리랑3호의 발사를 맡은 미쓰비시중공업은 일제강점기 중 10만명이 넘는 한국인을 강제 징용해 임금과 노동력을 착취해 시민단체들로부터 ‘전범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은 18일 ‘아리랑 3호’ 발사와 관련해 “성공 발사 환호성 뒤엔 잊혀진 할머니들의 눈물이 있다”며 “과거일로 잣대를 삼자는 것은 아니지만 일제 징용피해자들의 깊은 회환과 한숨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논평을 냈다.

    2008년 아리랑3호 발사체로 미쓰비시중공업의 H2A로켓이 선정됐을 때도 배상책임을 회피하는 전범기업에게 정부가 사업권을 줬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한일 양측은 이를 인식해서인지 이번 발사에서도 국민 정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아리랑 3호 발사 직후 순간을 담은 사진은 달랑 한 장이었다. 일본측이 제공한 발사 순간을 담은 사진들에 일장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 고위 관계자들은 결국 일장기가 보이는 사진을 언론에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화질이 좋지 않은 사진 한 장을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측도 H2A로켓 발사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가급적 일장기가 보이지 않도록 촬영하는 등 신경을 썼다.

    이에 대해 국내 과학계 한 관계자는 “한일간 협력이 여러 여건상 당장은 쉽지는 않을 것을 보인다”면서도 “최근 위성 발사비용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상황을 감안해볼 때 실용적 측면에서 한일간 협력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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