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제인 나쁘다던 남양, 어린이용 유제품에 카제인 넣어

입력 2012.04.23 04:00 | 수정 2012.04.23 08:52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광고
남양유업이 봉지커피에 카제인나트륨을 넣은 경쟁업체 제품을 비방하는 광고를 하면서도 정작 자사가 생산하는 어린이용 우유 제품에는 카제인나트륨을 사용 중인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남양유업 '짜먹는 이오' 제품에 적힌 카제인나트륨. /박지환 기자
남양유업은 봉지커피 시장 진출을 결정한 뒤 시장 공략을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홍보광고를 통해 봉지커피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전략은 카제인나트륨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봉지커피에는 카제인나트륨을 넣지 않으면서도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유제품에 여전히 카제인나트륨를 첨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소비자들 “카제인 들어간 남양유업 유제품 먹지 않을 것”

22일 조선비즈의 취재결과 ‘불가리스’, ‘떠먹는 불가리스’, ‘짜먹는 이오’, ‘이오’ 등 남양유업이 판매 중인 어린이용 유제품에 카제인나트륨과 카제인가수분해물, 카제인 등이 첨가된 것으로 밝혀졌다.
남양유업 '임페리얼드림 XO' 에 함유된 '카제인포스포펩타이드' /박지환 기자
특히 남양은 갓 태어난 아기들이 먹는 ‘남양 임페리얼 분유’와 ‘남양 유기농 분유’ 등에도 카제인포스포펩타이드나 카제인가수분해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들 물질이 카제인나트륨과 큰 차이가 없는 성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프렌치 카페 커피믹스’에 카제인나트륨 빼고 몸에 좋은 천연성분을 사용한다는 남양유업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제품에도 카제인합성물질을 빼고 천연성분을 사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서울 잠원동에 거주하는 한영일(40·남)씨는 “남양유업의 주장대로라면 어린이나 유아용 제품에도 카제인을 사용하지 않아야 맞는데 집어넣고 있다”며 “아이들의 건강에 해로울까봐 남양 대신 다른 회사 분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김수연(34·여)씨는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좋지 않다고 홍보했으면서도 정작 어린이용 유제품에는 카제인 나트륨을 버젓이 집어놓고 있다”며 “남양 유제품을 불안해서 먹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남양 “앞으로 유제품에서 카제인 뺄 예정”

남양유업은 소비자의 이런 불만을 의식한 듯 앞으로 유제품에서도 ‘카제인’ 성분을 집어넣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냠양유업 드빈치 아기치즈
남양 유업관계자는 “합성첨가물보다 천연원료가 분명히 좋다”며 “2010년 12월 카제인나트륨이 첨가되지 않은 봉지커피를 출시한 이후 2011년 1분기에는 어린이 성장기 영양식 ‘키플러스’에서도 카제인나트륨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모든 제품에서 카제인 성분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원료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수원에서 거주하는 박효정(49·여)씨는 “아무래도 천연원료가 합성화합물보다 좋겠지만 남양유업이 이렇게 강하게 주장할 정도라면 최소한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에서라도 하루 빨리 합성원료를 천연원료로 대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남양유업이 그동안 보여준 행동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카제인 나트륨 몸에 해롭지 않아”

남양유업의 주장과 달리 학계는 카제인나트륨을 비롯해 카제인화학첨가물이 몸에 해롭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남양유업의 '떠먹는 불가리스' 케이스에 적힌 '카제인나트륨'
카제인은 포유류의 젖에 많이 들어있는 인(燐)단백질이다.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80% 정도가 카제인이고, 모유에도 상당히 많은 양의 카제인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제인은 치즈의 주성분으로 아미노산·칼슘·인이 풍부한 훌륭한 영양 성분이다. 우유 맛을 내기 때문에 커피의 풍미를 강화하기 위한 첨가제로도 많이 쓰인다.

이덕환 대한화학회 회장(서강대 교수)는 “카제인나트륨이 안전하기 때문에 햄과 소시지, 빵, 커피, 냉동 디저트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 ‘노이즈 마케팅’ 성공할까?

현재까지 봉지커피 시장에서 남양유업의 카제인나트륨을 활용한 노이즈 마케팅(일부러 구설에 오르게 해 판매를 늘리는 기법)은 성공하는 모습이다. 남양유업이 새롭게 진출한 봉지커피 시장에서 안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남양의 노이즈 마케팅은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은 법적소송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서식품을 비롯한 경쟁기업들은 남양유업이 건강에 무해한 카제인나트륨을 이용해 자신들의 제품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판례를 보면 재판이 벌어지면 남양유업이 동서식품에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파스퇴르는 1990년대 중반 남양유업이 사용하는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좋지 않다고 홍보했다. 이에 반발한 남양유업은 법정소송을 제기, 파스퇴르와 법정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남양유업의 승리였다.

이번에 남양유업이 원고에서 피고로 신분이 바뀌어 법정에 서게 될 경우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다. 특히 남양유업이 법정에서 승리할 경우 패할 때보다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가능성이 크다.
남양유업, '떠먹는 불가리스 true순' 제품 케이스에 적힌 '카제인나트륨' /박지환 기자
남양유업이 승소할 경우 카제인나트륨이 몸에 좋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자사의 다른 제품에 오랫동안 첨가해온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또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의 봉지커피 광고 때문에 남양의 다른 유제품에도 카제인나트륨이 첨가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남양유업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남양유업은 꼼짝없이 손해배상을 해줄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남양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줄 경우 남양유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김용휘 세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남양유업처럼 모든 제품에 첨가물을 천연재료로 사용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홍보를 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패한 기업의 사례가 적지 않다”며 “남양유업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소송을 당할 가능성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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