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닷컴 구글·네이버 장점으로 한국적 개방형 포털 만든다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12.04.14 09:00

    한국 포털시장에서 NHN(035420)네이버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다. 검색 점유율만 73%인 독점 기업으로 세계 최대 검색 업체인 구글도 한국에서는 네이버에게 밀린다. 특히 검색분야에서는 수많은 벤처들도 네이버와 경쟁을 꺼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7년만에 새로운 포털 서비스가 등장했다. 압축프로그램인 알집과 백신 알약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047560)가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줌닷컴(zum.com)’이 그 주인공이다.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도 넘지 못한 네이버의 아성에 벤처가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 매출 300억원대 벤처가 2조원대 공룡에 도전장

    연매출 2조원, 영업이익률이 40~50%를 넘나드는 인터넷업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NHN에 이스트소프트가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단순했다. 한 곳에서 다 보여주는 네이버식 포털이 아니라 진정한 관문(포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이스트소프트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포털 서비스를 결심한 것은 2년 전이다.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와 블로그 검색 서비스 ‘나루’, 블로그 ‘이글루스’를 만든 검색엔진 전문가 박수정 사장이 2010년 우연히 만났다.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이 12일 서초동 이스트소프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줌닷컴의 사업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네이버와 다음이 제공하는 한국형 포털 서비스가 사용자의 편리함을 무시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은 “포털이 너무 많은 부분을 스스로 포괄하려다보니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닫힌 포털 서비스에 대해 문제제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직접 열린 포털을 만들자는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트소프트는 검색기술 개발팀을 강화하는 등 포털서비스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나갔다. 지난해 10월에는 줌닷컴을 운영할 계열사인 줌인터넷도 설립했다. 현재 줌인터넷 인력은 130명. 이 중 개발인력만 50여명 정도다.

    모 회사인 이스트소프트는 알집과 알약, 온라인게임 카발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은 322억7983만원이지만 매출의 3분의 1이 영업이익(102억1337만원)으로 알짜 벤처로 불린다. 한국인 대부분이 이용하는 알집의 개발사로 회사도 궤도에 올랐고 충분한 수익을 내는 상황에서 다들 꺼리는 네이버와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하자 다들 “말이 되냐”며 놀랐다.

    정 부사장은 “이스트소프트 내부적으로는 검색서비스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했다”며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미 2007년 내부 개발팀을 구성해 독자적인 검색기술을 개발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검색기술 자체는 여러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범용기술이라 개발해온 상태”라며 “마침 사회적으로 개방형 포털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줌닷컴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상태다. 인터넷 업계서 네이버와의 경쟁은 피해야하는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야구 정보 서비스를 시작한 CJ(001040)E&M 넷마블이 대표적인 경우다. 넷마블은 야구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마구스탯’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넷마블은 이미 막강한 야구 정보를 갖추고 있는 네이버와 경쟁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네이버와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물량에서 네이버 스포츠를 따라갈 수가 없다. 우리는 네이버가 제공하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완제품’ 포털이 아닌 ‘DIY 포털’로 틈새노려

    줌닷컴은 네이버와 첫 화면부터 다르다. 네이버는 검색창 아래로 메일, 카페, 블로그, 지식인,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와 뉴스캐스트, 오픈캐스트, 테마캐스트 등 수많은 정보가 나열돼 있다. 반면 줌닷컴은 뉴스를 제공하는 뉴스줌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간은 네모난 박스의 앱들이 자리하고 있다. 첫 화면에는 광고도 없다.
    줌닷컴 첫 화면.
    무엇보다 줌닷컴의 첫 화면은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들을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만들어 자신이 주로 애용하는 사이트들을 메인에 배치할 수 있다. 즐겨찾기 기능을 전면에 끌어온 셈이다. 뉴스줌도 없앨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첫 화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줌닷컴은 인터넷을 시작하는 첫 페이지 서비스로 특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가 많은 네이버는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며 “줌닷컴은 불필요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줄이고 사용자가 편리하게 느낄 수 있도록 첫 화면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줌닷컴은 각종 포털이 제공하는 메일서비스와 블로그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검색에 집중해 포털의 본래 기능에 충실한다는 전략이다. 메일서비스는 직접 제공하지 않는 대신 G메일, 한메일 등 주요 메일서비스와 연계해 줌닷컴 첫 화면에서 다른 포털의 메일 알리미 기능을 넣을 계획이다.

    ◆ ‘닫힌 포털’ 열린 서비스로 넘는다

    정 부사장은 “단순히 첫 화면을 바꾼 것만으로 네이버와 차별화되기는 쉽지 않다”며 “줌닷컴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검색 결과의 개방”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를 개방하지 않는다. 네이버 검색은 네이버 내부의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준다. 예컨대, 이스트소프트의 주가를 보려고 네이버에서 이스트소프트를 치면 ‘네이버 금융’이 제공하는 정보가 뜬다. 반면 줌닷컴에서 이스트소프트를 검색하면 증권 전문 포털서비스인 ‘팍스넷’으로 연결된다.

    정 부사장은 네이버의 폐쇄적인 검색 결과가 포털 밖의 인터넷 생태계를 망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안에서 하나의 서비스로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이트라도 ‘뜰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좋은 인터넷 사이트와 공간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닫으면서 포털 밖에 있는 좋은 사이트들이 죽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달리 줌닷컴은 검색 결과를 개방해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줌닷컴의 검색 결과에는 줌닷컴이 아닌 외부로 향하는 링크가 가득하다. 나가수를 검색하면 다음의 나는가수다 무편집 영상이 나오고, 영화이름을 치면 영화전문 사이트 맥스무비가 나온다”며 “좋은 정보가 있는 곳을 편견없이 추천하는 것이 줌닷컴이 추구하는 검색”이라고 강조했다.

    줌닷컴은 검색 엔진도 자체 개발했다. 특히 줌닷컴의 검색 엔진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빅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줌닷컴의 검색 엔진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하면서 보여주는 수많은 반응들을 모아서 검색 결과에 이 반응을 반영한다. 인터넷을 하면서 축구선수 이동국에 대한 사이트를 자주 방문했다면, 다음에 축구를 검색할 때 이동국을 포함한 검색 결과가 주로 노출되는 식이다. 줌닷컴 관계자는 “사용자의 관심을 이용한 검색 방식은 수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해줘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실현되기가 힘들었다”며 “줌닷컴은 10억건 이상의 초대용량 검색이 가능한 엔진을 개발해 이를 실현시켰다”고 설명했다.
    줌닷컴 순방문자수 추이.
    ◆ IT전도사 진대제도 인정한 사업성

    정 부사장은 줌닷컴이 단순히 ‘좋은’ 포털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포털 서비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방문자 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줌닷컴은 검색 결과를 개방하고도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줌닷컴의 사업 전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투자다. 진 전 장관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사모투자펀드(PEF)인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는 지난달 줌닷컴에 투자를 했다.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는 유망 IT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주로 부품 등 하드웨어 분야에 투자를 해왔다. 정 부사장은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에 줌닷컴의 첫 화면을 보여주고 개방형 포털이라고 설명하자 바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줌닷컴은 지난해 9월 1차 서비스 오픈 때 월간 순방문자수가 53만명에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500만명에 육박했다. 반년 사이 방문자수가 10배나 늘어났다. 검색 점유율도 0.3%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연말까지 검색 점유율을 3%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2% 초반의 검색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의 네이트와 구글을 앞지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검색광고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검색 점유율 3%를 매출로 환산하면 450억원 수준이다. 단숨에 모기업인 이스트소프트의 매출을 뛰어넘는 것이다.

    든든한 무기도 있다. 알집과 알툴바를 사용하는 2000여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이 프로그램을 쓸 때마다 줌닷컴을 노출하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구글의 개방성과 네이버의 친절한 서비스를 합친 한국형 포털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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