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아웅'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사업비로 줄줄샌다

조선비즈
  • 유윤정 기자
    입력 2012.04.10 10:53 | 수정 2012.04.10 16:23

    목돈이나 노후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저축성보험은 일반인들에게 고금리로 인식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발표한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살펴봐도 최근 2년4개월동안 평균 연 5.05%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공시이율은 원금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매달 설계사수당 등의 명목으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떼고 남는 돈에 대한 이자율이다. 보험사마다 천차만별인데 적게는 3%에서 많게는 8%까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떼어간다. 결국 고객들이 기대하는 이자와는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보험가입자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공시이율이 5%이고 10년간 납입하면 비과세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도 사업비와 위험보험료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자세히 알리지 않거나 심지어 공개하는 것 조차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은행 정기예금 보다 높은 공시이율을 내걸지만 고객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업비를 떼어가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생보 저축성보험 공시이율 2년4개월간 평균 5%‥손보 5.1%

    10일 조선비즈가 국내에서 영업중인 생명보험 13개사와 손해보험 9개사의 최근 2년4개월간의 저축성 보험(연금제외) 공시이율을 분석한 결과, 생명보험사의 저축성보험 평균 공시이율은 5.0%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는 평균 5.1%였다.

    생보사별로 보면 동양생명보험의 연 평균 공시이율이 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한생명보험, 신한생명, 우리아비바생명, ING생명, 흥국생명보험 등 5개사가 평균 5.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외국계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낮았다. PCA생명은 연 평균 4.6%로 가장 낮았고 푸르덴셜생명도 연 평균 4.7%의 공시이율을 적용했다. 알리안츠는 4.8%, 카디프생명은 4.9%였다. 국내 생보사 중에선 삼성생명보험과 미래에셋생명이 평균 4.9%로 공시이율이 낮은 편이었다.

    손보사 중에선 메리츠화재보험이 평균 5.2%로 가장 높았고 현대해상보험, 동부화재보험, LIG손해보험(002550), 흥국화재보험, 한화손해보험(000370), 롯데손해보험(000400)모두 평균 5.1% 수준이었다.

    그린화재보험은 항상 타사보다 높은 고금리 정책을 추진하다가 최근 경영이 악화되자 5% 수준이었던 공시이율을 지난 11월 4.9%, 12월에는 3.6%, 최근 4개월간(1월~4월)에는 3.5%로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4개월 평균 공시이율은 5%를 기록했다.

    일러스트=조경표
    ◆ 착시의 주범 ‘사업비’…매달 6~7% 떼어가

    보험사들은 사업비 등을 얼마나 떼는지 공개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 각 상품마다 떼는 수준도 각각 달라서 이에 대해 잘 아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직접 몇몇 보험사에 찾아가 60세 여성이 월 10만원씩 10년간 납입한다는 가정하에 사업비가 얼마나 되는지 가입설계서를 받아봤다. 보험사마다 사업비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양봉농협 OOO지점 직원은 NH농협손해보험의 ‘(무)채움다솜저축보험’ 상품을 추천했다. 이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은 현재 5.1%다. 그러나 실제 매달 사업비 등 수수료 명목으로 7.8%(계약체결비용 2.5%, 계약관리비용 5.1%, 위험보험료 0.2%)를 떼어가도록 설계됐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5년이 돼야 환급률이 103.6%로 손해를 안보는 구조다.

    복리(複利)이고 10년 납입시 비과세(15.4%의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실제 10년 후 받는 금액은 1442만5604원이었다. 이 금액은 현재 5.1%의 이율이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서 설계된 것이다.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최저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이율은 5년이내 3.5%, 5년 초과 2.75%다.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하면 10년 후에 1291만2240원을 받을 수 있었다. 10년간 받은 이자가 원금의 7.6%에 불과한 셈이다.

    서울 OOO동 우체국에 찾아가 봤다. 우체국의 ‘(무)그린보너스저축보험’은 현재 공시이율 4.7%를 적용하고 있었다. 농협손해보험이 주는 금리보다 0.4%포인트 가량 낮았다. 하지만 수수료는 훨씬 적었다. 매달 수수료 명목으로 2.915%(계약체결비용 0.91%, 계약관리비용 1.92%, 위험보험료 0.085%)를 떼어가도록 설계됐다.

    결국 농협에 비해 공시이율은 0.4%포인트 낮지만 수수료는 4.885%포인트 적어 10년 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483만8380원으로 농협보다 41만원 가량 더 많았다. 최저보증이율은 농협보다 낮은 2.5%였지만 10년 후에 받는 금액은 1324만6010원으로 약 33만원 가량 높았다.

    다만 농협의 채움다솜저축보험은 500만원까지 사망보장을 해준다. 상해보장의 경우 농협은 장해지급률이 80% 되는 장해일 때 500만원을 보장하지만 우체국에서 추천한 상품은 50% 이상일때도 500만원까지 보장한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생보사 중 공시이율이 가장 높았던 동양생명도 ‘수호천사 뉴하이클래스 저축보험’의 경우 매달 7% 가까운 수수료를 뗀다. 흥국생명은 약 6%가량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중에서 가장 이율이 높았던 메리츠화재보험도 매달 6~7%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 고금리 둔갑에 저축성보험 이상급증 현상

    보험사들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공시이율을 내걸고 저축성보험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손보사의 저축성보험 월별 판매규모는 기형적일 정도로 급증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4개사의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규모는 지난해 7월 365억원에서 올 1월에는 3491억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 보험사는 저축성보험이 10년간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고 복리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해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아무래도 팔기가 쉬운 저축성보험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공시이율을 높여서라도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보험사들간의 경쟁이 치열해 졌다”고 말했다.
    <BR>금소연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금리가 높다고 대놓고 홍보만 하고 사업비와 위험보험료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시를 하고 있지 않아 이를 제대로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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