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지난 주말 배럴당 123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넘어서자 기획재정부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지난 2월 말 "유가가 130달러를 5영업일 이상 넘기면 유류세 인하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130달러가 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유류세를 낮춰주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올해는 경기 부진으로 세수 여력도 부족해 향후 유가 대책이 나오더라도 그 지원 규모는 2008년 유가 대책 당시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정부는 서민층에 유가 할인 카드나 쿠폰을 지급, 꼭 필요한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대책 지원 규모 2008년의 3분의 1 관측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자 '고유가 극복 종합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총 10조5000억원에 이르는 재원을 들여 근로자·자영업자·서민층 등 1500만명에게 현금을 지급하거나 기름값을 깎아주는 혜택을 줬다.

그러나 이번에는 설령 유가가 130달러를 넘겨도 이 정도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특히 일반인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은 배제하기로 했다. 2008년에는 기대보다 더 걷힌 세금(세수 잉여)이 4조9000억원,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던 금액도 5조원에 달해 여유가 있었지만, 올해는 세수 잉여가 1조7000억원(지방재정교부금 등을 뺀 수치)에 불과하고 경기도 꺾이고 있어 추가로 기대할 세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잉여 등 조달 가능한 재원이 3조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지원 규모가 2008년 대책의 3분의 1 안팎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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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할인카드로 즉각 혜택 가도록

따라서 이번에 대책이 나오더라도 2008년보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대신 정부는 수혜자가 시차 없이 즉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의견이 나온 것은 2008년 당시 대책의 효과를 수혜 계층이 누리는 데 시간이 걸렸던 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2008년 정부 대책의 골자는 두 가지였다.

첫째, 근로자(연소득 3600만원 이하)와 자영업자(연소득 2400만원 이하)에게 6만~24만원을 직접 지급하는 대책이 있었다. 정부가 직접 현금을 준 것이다. 당시 이를 '유가환급금'이라 불렀는데, 국세청이 대상자의 신청을 받아 6개월에 한 번씩 지급했다.

둘째, 버스와 화물차, 농어민에게 기름값이 리터당 1800원을 넘길 경우 인상분의 50%를 환급해 주는 제도도 시행됐다. 해당자가 오른 기름값을 그대로 내고, 나중에 지방자치단체에 기름값 지출 내역을 제시한 뒤 일정액을 환급받는 방식이었다. 환급을 받을 때까지 6개월 이상이 걸렸다.

기재부는 현금을 다중에게 뿌리는 식의 첫째 방식은 다시 쓰지 않을 방침이다. 이로 인해 수혜 대상자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기재부는 주로 둘째 방식을 활용하되 정책 시차를 줄이기 위해 할인 카드나 쿠폰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드나 쿠폰을 내면 즉시 할인받은 가격으로 기름값을 결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2008년에도 1톤 이하 화물차주 180만 명에게 할인카드를 나눠준 전례가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카드나 쿠폰 등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 방법으로 할인 혜택을 받는 서민층 숫자가 2008년 180만명보다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해외 석유제품 수입, 정유사 진입 제한 등 중장기 과제도 거론

기재부는 또 일본 등에서 휘발유나 경유, 등유 같은 석유제품을 직수입해 국내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운송비와 품질,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외국산 석유제품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지만, (국내 정유사에) 압력을 주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일본산 석유제품에 관세를 낮춰주거나, 국내의 높은 환경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