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재분배도, 소득 불균형 해소도 좋은 얘기지만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선 모든 국가 역량을 교육과 R&D(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균형과 평형의 시대를 원한다면 국부(國富)를 인재 양성에 쏟아부어야 한다. 그게 한국이 살아남는 길이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오는 6~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참가에 앞서 1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점차 통합되고 단일 국가라는 개념이 희박해지는 요즘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유일한 길은 바로 무상 복지도, 선심 정책도 아니다"며 "인재 개발과 과학기술 투자가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 교수(이탈리아 볼로냐대) 출신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지낸 중도좌파 정치인인 그는 이탈리아의 현 상황을 예로 들며 한국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선거철마다 광풍처럼 부는 포퓰리즘의 해악에 빠지지 않으려면 말 바꾸기로 대중에게 영합하는 리더를 경계해야 한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에게 이것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했다.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 독일 총리였던 헬무트 콜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주변의 비판에도 참을성 있게 국민을 설득하는 '정면 승부형 리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또 "지금같이 경기가 어렵고 실업률이 높고, 젊은 층의 구직난이 계속될 경우 사람들은 '메시아(구세주)'가 나타나길 바라며 비현실적인 허언(虛言)에 빠져들 수 있다"며 "정부는 우선 젊은 층의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것)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포퓰리즘으로 치달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복지 천국'을 만들기 위해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연금 수령 가능 연령대는 점차 올라가고, 돌려받는 연금 수준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만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비관주의자는 아니었다. 세계경제는 도처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그는 "세계경제가 신음은 해도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부상(浮上)과 세력화하고 있는 통합 유럽 등 마치 하나의 실타래처럼 움직이는 세계경제는 점차 치료될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 그는 "미국·러시아 등 과거 단일 국가로 대별되는 '월드 리더'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복합 세계(multiple world)화하고 있는 지금 전 세계는 타협과 융합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입력 2012.03.0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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