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8Seconds)'가 결국 공식 사과를 했다. 에잇세컨즈는 제일모직##이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와 경쟁하겠다며 최근 출시한 패스트패션 브랜드다.
에잇세컨즈는 김진면 제일모직 전무 겸 개미플러스유통 대표와 임직원 명의로 28일 밤 11시쯤 공식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해 '고객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에잇세컨즈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한 결과, 양말 상품 1개 스타일(5컬러)의 상품이 타 회사의 상품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제의 양말 상품들은 매장에서 모두 철수하고, 전량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SPA 상품 기획 특성상 수많은 상품을 최대한 빨리 기획해 생산하고 나서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사업 초기에 유사 디자인 검증 프로세스를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국내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인 '코벨'은 28일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에잇세컨즈의 양말은 코벨의 '투톤 삭스'와 컬러·재질·디자인·디테일에서 99% 같다. 에잇세컨즈가 코벨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코벨은 자사와 에잇세컨즈 양말을 비교한 사진을 블로그에 게재했다.
◆ 관리의 삼성 ‘관리 안 했다’
에잇세컨즈가 공식적으로 사과 발표를 한 것은 결국 기존 제품을 베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론칭한 지 불과 1주일도 안 된 시점이라 제일모직 측도 내부적으로 당황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 1위인 제일모직에 왜 이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제일모직은 약 3년여 동안 에잇세컨즈를 준비했다. 에잇세컨즈를 실질적으로 전개하는 곳은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개미플러스유통이다. 제일모직에 소속된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합류해 함께 작업했다.
개성이 강한 디자이너들이 내부적으로 뒤섞인데다 짧은 시간 내 SPA 브랜드를 선보여 하는 부담감이 결국 표절로 이어진 것으로 패션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기존 고가 라인의 제품을 전개한 제일모직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SPA 시장을 가볍게 본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내부 컨트롤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표절 사건으로 인해 제일모직은 타격을 입게 됐다. 글로벌 SPA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경영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고객들의 구매가 떨어질 우려가 크다. 다른 업종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승패를 결정하는 만큼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양말 이외의 에잇세컨즈 상품에 대한 검증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패션 디자이너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에잇세컨즈를 바라보는 패션업계의 시선은 분명히 달라졌다”며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빠른 에잇세컨즈 입장에선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SPA 시장을 장악한 시점에서 큰 기대감을 가지게 했던 에잇세컨즈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패션업계에 실망감만 안겨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