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김 상무가 '유독(有毒)성 리더'로 찍힌 까닭은

조선일보
  • 고현숙·코칭경영원 대표
    입력 2012.02.16 03:39

    고현숙의 경영 컨설팅
    업무 성과 뛰어나다고 해도 부하 사기·역량 떨어뜨렸다면 결국 미래엔 조직 망칠 우려… 다면평가 통해 미리 골라내야
    나쁜 평가에 분노하지 말고 검강검진 결과처럼 활용을

    고현숙·코칭경영원 대표
    기업의 간부들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성과뿐 아니라, 역량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성과가 과거의 성적표라면, 역량은 미래의 성과에 대한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기업은 연봉은 성과에 따라 주지만, 승진은 역량에 따라 시킨다는 인사 원칙을 갖고 있다. 성과는 뛰어난데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높은 자리로 가서 조직을 망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1년에 한 번 건강 검진하듯, 다면평가로 점검하라

    A회사의 김성과 상무는 최근 회사가 실시한 다면평가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모든 임원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역량평가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업계에서 성과를 잘 올리기로 유명해 스카우트돼 왔고, A사에서 업무성과 1위를 지켰다. 자부심도 대단했다. 상사들도 김 상무의 업무에 대한 추진력을 높이 사 주었다. 하지만 그는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부문과 커뮤니케이션 역량, 직원 역량을 키우는 부문에서 거의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부하 직원들은 사기가 떨어져 있었고, 김 상무를 인재 육성에 무관심한 상사로 평가했다. 부하들의 업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질타만 할 뿐 잘못을 제대로 지적해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부서의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며, 인재 육성에 무관심하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리더로서 부적격 수준이라 할 만했다.

    이에 대한 김 상무의 첫 반응은 "말도 안 된다"는 거부감이었다. 그는 다면평가 결과를 브리핑해주는 코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인간관계 강조하는 거, 그건 다 실력 없는 사람들이 살아남으려고 하는 짓거리입니다. 성과를 못 내니까 맨날 술 사주고 밥 사주면서 정치하러 다니는 거 아닙니까? 직원들에게도 인기 얻으려고 하는 거고요. 뛰어난 직원들은요, 일일이 안 가르쳐도 잘합니다. 이렇게 쓰는 애들일수록 실력 없는 거라니까요…."

    다면평가 결과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 김 상무처럼 화를 내거나 수용을 거부하는 것이다. 합리화하거나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구조조정을 지휘했기 때문에"라거나, "새로 온 직원들이 아직 나를 잘 몰라서"라는 식이다. 더 심한 경우로는, 응답자를 '색출'하는 임원도 가끔 있다. 이러한 반응 자체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낸다는 걸 잘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다면평가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다면평가는 본인과 상사, 동료, 부하 직원의 평가까지 전방위적으로 포함된다는 의미에서 '360도 평가'라고 불린다. 다면평가 결과를 보면서 "왜 직원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푸념하기도 하지만, 이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일 뿐, 왜 저렇게 비치느냐고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다면평가를 활용하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는 것과 같다.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개선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개선 노력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결과를 수용하고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필자는 코치로서 다면 진단 결과를 알려줄 때가 그들의 인간적 특성이 튀어나오는 진실의 순간임을 종종 느낀다. 내면이 강한 사람은 피드백에 대해 그다지 방어적이지 않지만, 허약할수록 타인의 평가에 더 휘둘리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 쉽다.

    위의 김 상무는 '나는 잘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아부 정치를 하라고 압력을 보내는 것'이라고 결과를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오만한 시각이며, 나르시시스트적인 반응이다. 나르시시즘, 즉 자신만이 특별하고 옳고 선한 존재라는 심리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지만, 과도하면 확실히 독이 된다. 임원 평가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딘 스테몰리스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권한 욕구가 강하고, 타인을 이용하기만 하고 자신을 내세우는 데 골몰하는 나르시시스트를 임원으로 선발하지 말아야 할 대표적 특성으로 꼽았고, 이런 사람을 조직에 해를 끼치는 '유독성 리더(toxic leader)'로 분류했다.

    김 상무는 코칭을 받으면서 초기의 반응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타인과 교류하는 데 방해가 되어왔던 고립적인 성격 특성과 조급함 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다음 해 김 상무에 대한 리더십 평가는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시각의 차이, 갭의 원인

    스티븐 MR. 코비 박사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의도로 평가하고, 타인은 행동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는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다면평가를 자신에 대한 절대적 평가나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시각의 차이를 가져온 여러 원인들을 이성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의도가 충분히 표현되지 않은 것, 특정 지식이나 스킬의 부족, 고유한 성격 특성 등이 그런 갭의 원인일 수 있다. 원인을 파악하면 개선 계획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 다면평가(多面評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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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 평가 때 상사의 평가는 물론 부하 직원, 동료 직원, 고객의 평가까지 동원해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 360도 평가라고도 한다. 상사 한 사람이 조직원을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평가 주체가 다양해 인사 고과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고, 평가 결과에 대한 반발도 줄일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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