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당긴 뉴타운 '4000억 증발설'

조선비즈
  • 허성준 기자
    입력 2012.02.02 13:41

    수습책 발표, 건설업계 후폭풍 …조합에 꿔준 돈 떼일까 노심초사
    재개발비대위연합 “상계·장위·중화 실태조사 준비 중”

    ‘뉴타운 폐기’쪽으로 가닥을 잡은 박원순식(式) 뉴타운 수습대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시 발표 이후 그동안 사업 진행에 반대해오던 구역별 비상대책위원회는 “시장(市長)은 우리 편”이라며 구역해제 및 실태조사 요청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건설업체들은 뉴타운·재개발 구역이 해제되면 그동안 조합 등에 투입한 비용을 날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조합 설립 후 시공사 선정까지 끝낸 구역에 대한 ‘매몰비용’(사업 진행 과정 중 들어간 비용)은 “서울시가 지원할 법률적 근거도 없고, 단독 지원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다”며 정부의 지원과 건설사의 책임 분담을 요구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타당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뉴타운 사업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시위 전경.
    ◆ “시장은 우리 편”, 뉴타운 비대위 곳곳 결집

    뉴타운 수습대책 발표 이후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약칭 비대위)’는 움직임이 바빠졌다.

    전국뉴타운재개발비대위연합(약칭 비대위연합) 서울지역 대표는 “이미 상계, 장위, 중화, 거여·마천 뉴타운 등 사업 진행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비대위가 있는 곳은 구역 해제 및 실태조사 요청을 위한 주민 동의서 수집을 준비 중”이라며 “실태조사만 할 수 있다면 그동안 시공사와 조합 간부들이 결탁하고 조합원 및 주민들에게 허위로 유포한 사실이 드러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수 주민의 의견이 사업 해제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옥경 비대위연합 대표도 “이미 구역별 비대위와 함께 서울시의 수습 대책을 분석했다”며 “사업시행인가 이전 사업장뿐 아니라 인가 이후 단계의 사업장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서울시에 적극 해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없는 영등포, 수색·증산, 창신·숭인 등 70여개 구역이 연내 구역 해제가 유력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뉴타운 추진할 땐 언제고….” 건설업체 대여금 떼일까 ‘노심초사’

    대형 건설사는 뉴타운 수습대책이 나오자 비상이 걸렸다. 향후 뉴타운·재개발 사업 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 조합의 사업 추진 비용 명목으로 빌려주던 ‘대여금’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사업시행인가 전인 정비촉진구역(317개) 중 조합까지 설립된 곳은 111개 구역이다. 이들 구역 사업이 중단되면 해당 구역의 시공사는 조합에 빌려준 대여금을 조합으로부터 돌려 받아야 하는데, 받을 길이 막막하다. 조합의 일부 간부가 대여금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반 개인이 감당하기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뉴타운·재개발 구역의 시공권을 따낸 주요 대형 건설사가 대여금 명목으로 조합 측에 빌려준 금액은 약 2000억~4000억원대다.

    특히 사업면적이 10만㎡(약 3만평)가 넘는 대규모 사업장은 사용비용이 크기 때문에 구역 해제가 현실화되면 대여금 회수를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시내 정비촉진구역 중 10만㎡가 넘는 대규모 사업장은 흑석3(시공사 GS건설(006360)), 장위4(GS건설)·6(삼성물산(000830)·포스코건설)·8(삼성물산·GS건설·현대산업개발)·11(삼성물산·롯데건설)·14(현대산업개발·SK건설), 상계2(GS건설·삼성물산)·5(두산건설(011160)), 이문3(현대산업개발·동부건설(005960)), 길음1(롯데건설)·2(삼성물산), 불광5(현대건설·GS건설) 등이다.

    이들 구역은 조합설립 당시 75% 이상의 주민 동의를 얻었지만, 박 시장의 뉴타운 수습대책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의 10~25%가 요청만 하면 실태조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다. 만약 실태조사 후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이 구역 해제를 요청하면 서울시는 구역 해제를 추진하게 된다.

    뉴타운·재개발 사업 시공에 다수 참여한 D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설립된 곳이라도 내부적으로 이견이 많아 사업진행이 느린 곳이 많고, 아예 동의하지 않고 반대 집회를 열거나 소송 중인 곳도 있어서 안심할 수 없다”며 “사업 구역이 해제되면 건설사는 손해가 크기 때문에 빌려준 돈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서울시는 수습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매몰비용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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