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읽기] 모두에게 상처 준 뉴타운의 퇴장

조선비즈
입력 2012.01.31 15:53 | 수정 2015.05.14 10:38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도시재정비촉진사업) 전면 재검토를 천명하면서 대대적인 축소가 예상된다. 뉴타운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도시 내 노후된 생활권역 몇 곳을 묶어 도로,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정비·확충하고, 주민들이 주택을 새로 짓는 ‘시가지 종합재개발’ 방식을 말한다.

뉴타운 사업의 출발은 2002년 10월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 기존 시가지 정비와 강남·강북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은평 등에 ‘뉴타운사업’을 시행하다가 2003년 ‘서울시 지역균형발전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막대한 기반시설 설치부담을 감당할 수 없자 도심 내 낙후된 지역과 인근 지역을 묶어 광역적으로 개발하도록 하고, 행정력 강화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가 2005년 12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국의 도시재정비촉진지구는 77개 지구 719개 구역에 달하며, 서울의 도시재정비촉진지구는 뉴타운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 등 3곳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2003년 2차로 12곳, 2005년 3차로 11곳 등 26곳이 지정됐고, 총 331개 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3배인 24㎢(7260만평)이며, 약 72만명이 거주한다.

시범 뉴타운 중에서는 은평 뉴타운만 2010년 6월 3개 구역이 모두 준공돼 아파트 1만6000여 가구가 입주했다. 길음 뉴타운은 12곳 중에서 8곳의 사업이 끝났다. 왕십리 뉴타운은 지구 지정 10년 만인 작년 말에야 처음으로 2구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10년 동안 서울에서 지정됐던 26개 지구 331개 구역 중에서 85%가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10년간 사업이 끝난 곳은 전체의 10%도 안 되는 19곳에 불과하다. 착공된 곳은 13곳, 관리처분인가 13곳, 사업시행인가 19곳 등 사업이 진척된 지역은 45곳뿐이다. 절반이 넘는 181곳은 사업이 겉돌고 있고, 이 가운데 71곳은 추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경기도의 경우도 지구지정만 한 채로 2~3년씩 사업이 지연되면서 집수리 등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지자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려 갈등을 빚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주목을 받던 도시재정비촉진사업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주민들은 정부가 도시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한다고 착각했고, 공공은 주민들이 사업종료시 각각 보유자산의 10% 이상을 부담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재정부담을 간과한 채 지역 내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무리하게 법률을 제정해 시행한 것이다.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은 기초자치단체가 기반시설을 우선 설치하며, 중앙정부는 설치비용의 10% 이상 50% 이하의 범위에서 자치단체별로 1000억원까지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 종료 후 기반시설 설치비용은 주민부담으로 정산하게 된다.

이 법의 취지대로라면 주민들은 기반시설이 우선 설치된 상황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므로 사업 초기 부담이 줄어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고, 지자체는 1000억 정도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국비가 보조 되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공공이 무상으로 기반시설을 설치해주는 것으로 착각해 서둘러 사업에 뛰어들었고, 각 지자체도 경쟁적으로 도시재정비촉진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여 2008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한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쟁하듯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뉴타운’을 걸고 당선된 서울지역 의원은 여야를 합쳐 28명에 달했다. 그러나 예산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반시설설치부담이 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기대했던 개발이익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고, 저소득 가옥주의 경우 개발이익은커녕 살던 집마저 날리게 되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 간의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었다.

뉴타운 지구가 해제되면 당장 집값이 하락하고, 조합설립과 추진위 설립에 들어간 비용의 회수를 둘러싸고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이와 함께 주민들 간의 갈등과 대립, 공공의 신뢰성 상실,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도 남겨진 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탐욕에서 비롯된 뉴타운 사업은 모두에게 상처만을 준 채 퇴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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