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다 보여줘라… 소비자가 미심쩍어하는 것들을

조선일보
  • 김은정 기자
    입력 2012.01.30 03:14

    [의심많은 소비자 마음 얻으려면]
    궁금한 소비자들에게 - "지금 오븐에 들어갔습니다" 주문한 피자 진행과정 중계
    지하철에 조립식 아파트 짓고 "여기서 이렇게 살수 있습니다"
    불황에 불확실성 심리 커져 - 소비자들은 외부정보보다 스스로 보고 결정하길 원해
    미리 경험하게 하라 - 제품의 장단점부터 환불까지 소비자들에 소상히 알려줘야

    배가 고파 미칠 것 같은 매튜는 피자를 시켜 먹기로 한다. 도미노피자 주문 사이트에서 원하는 토핑을 선택해 '나만의 피자'를 만든 다음, 주문 버튼을 눌렀다. 매튜는 결제를 마치고 돌아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대문을 향해 온갖 신경이 곤두선다. '내가 주문한 피자가 지금쯤은 오븐에 들어갔겠지?' '아니야, 이미 구워져서 배달 중인지도 몰라!'

    온라인으로 주문한 내 피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볼 수 있는 도미노의‘피자 추적기 (Tracker)’.‘ 주문접수’부터‘배달시작’까지 5단계로 구분돼 있다. /도미노피자 홈페이지

    30분 안에 배달이 완료되지 않으면 피자값을 안 받거나 깎아주는 제도를 도입했던 도미노. 길어야 30~40분 걸리는 배달 시간 동안 소비자들이 온갖 초조함과 궁금증에 시달린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2008년엔 '피자 추적기(Pizza Tracker)'를 내놨다. 매장 직원이 진행 단계마다 온라인에 '주문접수→준비→굽기→완성→배달시작' 기록 버튼을 눌러 온라인 주문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에 표시를 해주는 것이다. 물건이 배달되기까지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다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는 호응을 얻었다.

    주문한 피자, 어디까지 왔나 알려줘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도 최근 의심 많은 소비자들을 위한 파격 마케팅을 벌였다. 파리 오베르 지하철역에 54㎡(16.3평) 크기의 조립식 아파트를 설치한 뒤 스포츠 강사, 간호사, 사진작가 등 남녀 지원자 5명을 그곳에서 엿새 동안 살도록 한 것. 이들은 지하철 속 이케아 아파트에서 24시간 숙식을 해결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또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이들의 일상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케아는 자사 가구가 좁은 공간에서 얼마나 편리하게 디자인됐는지 보여줌으로써 선택의 망설임에 선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가이드를 제공한 것이다.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IKEA)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파리 오베르 지하철역에 16평짜리 아파트를 만들고 소비자들이 실제 생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자사 가구를 활용하면 협소한 공간에서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긴말 필요 없이 직접 보여준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불안, 물가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도 증폭되고 있다. 상황이 불안할수록 의사결정을 외부 정보나 남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결정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는데, 제일기획이 3년간 국내 소비자들을 조사·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제일기획은 2009~2011년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인천 주요 6대 도시에 거주하는 만 13~59세 남녀 3800명을 대상으로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성실하게 돈을 모아서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비중이 48.7%(2009년)에서 55.7%(2011년)로 높아졌다. 또 '예상되는 결과를 꼼꼼히 따져보고 행동한다'는 항목에도 긍정적으로 대답한 사람이 같은 기간 50.3%에서 47.5%로 줄었다. 결과를 예측하기도, 계획적으로 행동하기도 힘들어졌다는 방증이다.

    의심 많아진 소비자들을 안심시켜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이기적 성향도 커지고 있다.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4.1%에서 48.9%로 감소했다.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결혼 전에라도 독립해서 사는 게 좋다'와 '대학생이라면 용돈을 스스로 벌어 써야 한다'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각각 60.2%에서 56.9%, 49.7%에서 45.1%로 줄었다. 가능하면 내 실속을 챙기겠다는 얌체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려면 제품과 서비스의 장단점부터 환불 정책까지 소비자들이 미심쩍어하는 것을 소상히 알려주고, 가능하면 미리 경험하게 만들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전략이 긴요해진 것이다. 또 기업들은 작은 이익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좋다.

    애견 사료 브랜드 페디그리가 이 점을 파고든 경우다. 페디그리는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 소비자를 위해 '도글갱어(Doggleganger·똑같이 생긴 인물이란 뜻의 도플갱어와 Dog를 합성)'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많은 경우 견주(犬主)와 반려견이 상당히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애견을 찾는 사람이 얼굴 사진을 찍으면 안면인식 프로그램으로 닮은 유기견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본래 목적뿐만 아니라, 자기와 닮은 개 사진을 찾아보는 재미까지 더해져 페이스북에 도글갱어 서비스를 소개한 포스팅이 80만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할 필요도 없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재조명해 보여줌으로써 진정성을 부각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 통신사 AT&T는 '마지막 문자(The Last Text)'라는 캠페인을 통해 운전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 사망한 사람들의 사고 당시의 메시지를 공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어디야?' '전화해' '오케이' 같은 사소한 문자들이 내 가족, 내 친구의 비극을 초래한 마지막 문자였다는 사실을 남은 사람들을 통해 생생히 전했다. 이를 통해 AT&T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같은 건전한 휴대폰 사용 문화 확산에도 신경 쓰고 있음을 성공적으로 전했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