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금융자산 30억 이상 전담… 삼성생명, PB전용센터 열기로

삼성생명이 보험사 중 최초로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PB 전용센터를 열기로 했다. 이 센터는 은행·증권사 PB센터처럼 부자들의 자산을 예금·펀드·보험·채권 같은 투자상품에 굴려 관리해 주는 업무를 맡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0일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지점인 '삼성패밀리오피스'를 12월 말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신문 재테크 기사에 PB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제는 하도 널리 쓰여서 PB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따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PB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PB는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의 약자로서, 거액의 재산을 가진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입니다. 개인별 맞춤형 개인금융 서비스는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다가 1977년 미국의 씨티은행이 PB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굳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PB는 금융은 물론 세무·법률·부동산 등 비금융 업무에 대한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으며, 은행·증권사·생명보험사 등이 P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PB는 맞춤형 개인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나 담당 직원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PB의 역사와 종류, PB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PB는 유럽 왕가의 재산관리인에서 시작했습니다

PB는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과거 유럽 왕가와 귀족의 부를 관리하는 재산관리인이 PB의 시초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11세기 십자군 원정 이후 스위스에서 PB 서비스가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차 및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영세중립국인 스위스가 PB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라 스위스 소매은행인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등이 세계적인 PB전문 은행으로 도약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PB들이 돈 많은 자국의 고객들을 유치하면서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모간스탠리가 운용자산 규모 면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며 UBS(3위)와 크레디트스위스(5위)를 제쳤습니다.

향후 양극화로 인해 상류층의 금융자산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PB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투자가 매력을 잃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다양한 투자방식을 창출하고 대행해 주는 PB 서비스는 더욱 번창할 전망입니다.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수익에서 돈 많은 고객의 기여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는 고객 유치 및 수익 증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거액 자산가 급증하면서 국내 PB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내에는 과연 어떤 PB가 있으며,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89년 국내에 지점을 내고 영업하던 미국의 씨티은행이 국내에 처음으로 PB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1992년 한미은행이 PB 서비스의 일종인 VIP뱅킹을 시행했으며, 1995년 하나은행이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최초로 PB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PB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순금융자산(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것) 10억원 이상의 거액자산가들이 많지 않았으므로 PB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급등 ▲IT 산업 및 주식시장 발전 ▲고소득 전문가 집단의 등장 등으로 1997년 4만명에 불과하던 거액자산가 수가 2005년 8만명, 2010년 14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매금융에 치중하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PB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거액자산가 고객을 확보한 일부 증권사들도 PB 서비스 경쟁에 동참했습니다.

PB 업무를 하는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본점 내에 PB사업부 같은 전담 조직을 두고 있고, 거액자산가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도 PB 전용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61개 PB 전용센터의 64%가 서울의 강남 3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들은 일반 영업점에 PB코너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PB는 어떻게 수익을 올릴까요

UBS·BoA와 같은 글로벌 PB들은 투자를 일임받거나 투자를 자문해주는 수수료로 전체 PB 수익의 70% 정도를 창출합니다. 또 거액 예금과 대출을 통해 20%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세무·은퇴준비·가업승계에 대한 상담 등에서 벌어들입니다.

그러나 국내 은행의 PB는 약간 다릅니다. 아직 수수료 수익보다 이자 수익을 더 많이 거두고 있습니다. 수수료 수익 중에서도 경기변동에 민감한 판매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은행이 법적으로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 운용수수료 수입을 올리거나 초과수익에 대한 성공보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의 투자자문업은 가능해졌지만 아직 투자자문 수수료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투자자문 서비스에 갑자기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고객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내 은행 PB는 거액 예금과 대출로 수익을 올리거나, 각종 파생상품, 펀드, 비과세상품 등의 판매로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증권사는 투자를 일임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일임 서비스를 통해 운용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 투자자문을 통한 자문수수료도 받습니다.

국내 PB는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국내 PB는 글로벌 PB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일단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PB 직원은 자산관리사(FP)와 같은 각종 자격증을 가진 금융전문가이기 때문에 우선 인건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또한 PB 전용센터는 거액자산가들이 위치한 지역에 최고급으로 꾸며야 하기 때문에 일반 지점에 비해 유지비용이 큽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글로벌 PB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국내 PB가 글로벌 PB에 비해 무료 서비스를 너무 많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속·증여·금융소득 등에 대한 세무 상담 서비스와 각종 법률문제에 대한 상담 서비스는 선진국에서는 유료이지만 국내에서는 무료입니다. 가업승계·기부·기업금융 등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보다 저렴하게 PB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PB는 고정적인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어느 은행이 잘한다"는 평판이 유지될 경우 안정적인 고수익 창출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PB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PB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지 못할 경우 거액자산가 증가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PB 시장을 외국계 금융회사들에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매트릭스 조직

매트릭스 조직은 전통적인 수직적 피라미드 조직에 수평적 프로젝트 조직을 접목한 것이다. 피라미드 조직은 의사 결정이 중앙집권적으로 이루어져 업무 배분이 신속하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는 대신 구성원의 책임감이 낮고 외부 환경에 대한 반응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매트릭스 조직은 각 구성원이 피라미드 조직과 프로젝트 조직에 동시에 소속되도록 함으로써 피라미드 조직의 단점을 보완하도록 고안되었다.

◆퀴즈

기업조직 형태로서 외부환경에 대한 반응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통적 피라미드 조직과 수평형 프로젝트 조직을 접목시킨 것을 ○○○○ 조직이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2월 28일(수) 오후 5시 마감, 12월 30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SIFI〉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강완영 계윤정 고화춘 권수영 김수현 김외자 김윤동 김재원 김혜옥 명희경 문성인 박경숙 박금숙 박석수 박은정 소효경 유호중 이금성 이은경 이주연 정영순 정유경 조행희 허문환 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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