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고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 따른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에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쳐 금융시장 충격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 김정일 사망 실물경제 영향 '제한적'
금융시장이 이렇게 요동치고 있지만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과 생산 같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로 후계 이양이 완성됐던 1994년의 김일성 사망 때와 달리 김정은으로 후계 승계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는 큰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임지원 JP모간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된다는 차원에서 경제에 악재가 될 소지가 크다”면서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한 수출과 생산 같은 실물 경제 지표가 갑자기 악화될 만큼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북한 권력 승계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흐름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후계구도 불확실성은 우려‥‘코리아 디스카운트’ 부각 가능성
전문가들은 실물경제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북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내년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북한의 정치적 불안이 발생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나왔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상무는 “김정일 이후 북한의 정치권력 이양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선 “향후 2~3년동안은 한국 경제가 북한 리스크를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차원에서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이 중장기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상황 전개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대외개방 가능성도‥“김일성 김정일 같은 절대권력 어려워”
일각에서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최고위층의 정치권력 지배력이 느슨해질 경우 대외적인 강경론이 완화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이 대외개방을 확대하면서 대화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계열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누가 김정일의 권력을 계승하던 간에 과거 북한 사회 내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가지고 있었던 절대권력을 유지하지는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대내적으로 권력 기반이 취약한 북한의 지배그룹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강경노선을 포기하고 대화국면으로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