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D(입체영상) TV 시장은 올 한 해 '삼성 진영(셔터안경식)'과 'LG 진영(편광안경식)'으로 갈려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펼쳤다. 일본 TV 제조사가 쇠퇴하자 세계 1·2위인 국내 업체가 차세대 표준 규격 전쟁까지 이끌고 있는 것이다.
삼성 진영은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일본의 소니·샤프·파나소닉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세계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장악해 사실상의 표준 기술로 여겨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3D TV 167만대를 팔아 점유율 29%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방식을 쓰는 일본 소니·샤프·파나소닉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예컨대 소니는 올 1분기 점유율 35%(57만대)에서 3분기엔 13%(75만대)에 그쳤다.
LG 진영은 올 3월 이후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며 세력을 불리고 있다. LG는 3분기에 81만대를 팔아 점유율 14%를 차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 2월 이후 모든 3D TV를 편광안경식으로 만들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연초보다 7배 이상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무섭게 성장하는 스카이워스·하이센스·콩카·창홍·TCL·하이얼 등 중국 TV제조사들도 LG방식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올 1분기만 해도 3D TV 시장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었지만, 2분기 이후 중국 TV 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3분기에는 중국 상위 6개 TV제조사가 세계 3D TV의 30%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과 LG 방식을 모두 사용하지만 보급형 제품을 만드는 데 유리한 LG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4분기에는 LG방식이 시장의 30~40%를 차지하며, 2개의 표준 경쟁이 호각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내년 최대 변수는 소니의 선택이다. 소니는 내년에 대대적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며, 제조 원가 감축을 위해 중국 업체에 TV 생산을 위탁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삼성 방식 이외에 LG방식도 택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편광안경식
왼쪽 눈용 영상과 오른쪽 눈용 영상을 절반씩 나눠 한꺼번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TV와 안경에 좌·우 영상을 각각 따로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편광판이 있다. 시청자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각기 다른 영상을 받아 입체 영상으로 인식한다.
셔터안경식
TV 화면에서 왼쪽 눈용 영상과 오른쪽 눈용 영상을 번갈아 내보내면 시청자가 낀 셔터 안경이 왼쪽·오른쪽 안경알을 번갈아 깜빡이면서 좌·우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