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은 영세 상인, 중소 가맹점들이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할 때마다 '원가(原價)'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며 수수료 인하에 난색을 보여왔다. 한국신용카드가맹점중앙회 곽윤태 부회장은 "안경점, 미용실 등 형편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종은 지금까지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 없이 '순수 협상'만으로는 수수료를 내려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도 카드사들은 돈이 되는 고객들에게는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민층 고객에겐 고금리 대출로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보여 '원가' 원칙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초우량고객(VVIP)에게는 카드 연회비 이상의 과다한 서비스를 제공해 수백억원대 적자를 보고 있다. 예컨대 C카드사 VVIP 전용 카드의 연회비는 100만원이고, 회원들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은 500만원이다. 이들의 카드 사용으로 카드사가 얻는 수입은 연회비와 가맹점 수수료 월 10만원(평균 수수료율 2% 기준)뿐이다. 반면 카드사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연 1회 항공권 좌석 업그레이드(추정 비용 100만원 이상), 특급 호텔 숙박(30만원대)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카드사는 부유층 고객에 대한 과잉 서비스에 따른 적자를 서민층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현금 서비스, 카드론 등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메우고 있다. 주요 7개 카드사는 연 20~30%대 고금리 현금 서비스로 작년 한 해 동안 7993억을, 카드론으로 1조4265억원을 각각 벌었다(금융감독원 자료).

카드사들은 또 가맹점 수수료 수입의 50%가량을 우량 회원에 대한 부가 서비스 제공, 신규 회원 유치 등 각종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드사가 과도한 마케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수수료율 체계 개정을 포함해 영세 가맹점의 혜택을 늘리는 쪽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