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세종로사거리 인근 'C헤어' 미용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머리 깎는 손님으로 가장 붐빌 오후 1시 무렵에도 미용실 의자 5개 중 4개는 비어 있었다. "주인인 내가 하루 15시간씩 일하는데 한 달 수입은 300만원 겨우 넘어요. 인건비에 재료비, 건물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데 버틸 수가 없어서 최근에 요금을 20% 올렸어요."
이 미용실은 남성 커트비용을 지난달 말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그는 "해마다 미용사가 수천명 나온다지만 현장에서는 일하고 있는 직원 붙잡기도 어렵다"며 "작년까지 헤어 디자이너들 월급을 180만원씩 주다가 올해는 200만원으로 올렸다"고 했다.
서울시내 미용실 여성 커트비용이 연초보다 최고 67% 올랐다는 발표에 미용업계 종사자들은 "서비스업이 물가 인상 주범으로 몰리는 건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서울 서초동의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 점장은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으려니 건물 임대료만 한 달에 1400만원을 낸다"며 "샴푸나 에센스 같은 외국산 미용 재료도 걸핏하면 가격을 올려 장사하기가 점점 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 대학가에 있는 한 네일숍은 올해 1만2000원이던 기본요금을 1만3000원으로 올렸다. 이 업체는 "아르바이트생 급여를 1시간당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려줬고 재료비는 30%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가사도우미 알선업체들도 인건비 상승으로 서비스 가격을 올린 곳이 많았다. 서울 명동의 D업체는 지난 5월 가사도우미 비용을 4시간 기준 3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인상했다. 업체 관계자는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물가가 올라 못 살겠다'며 이탈 조짐을 보여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목욕탕업계는 연료비 인상을 견디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구로구 S사우나 관계자는 "작년 11월 가스요금이 450만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600만원 가까이 든다"며 "욕먹을 각오하고 지난 4월 목욕비를 4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이모(54)씨는 "계속 오르는 기름값에 사우나에 일부러 '고장'이라고 써 붙이고 운영하지 않는 목욕탕도 있다"고 말했다.
세탁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세탁료는 전국 평균 10% 정도 올랐다. 하지만 요금 인상은 대형 아파트를 끼고 있는 등 고정 고객이 많은 일부 업소에만 국한된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안암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장모(47)씨는 "기름값 인상에 수도료·전기료도 계속 오르지만 요금을 올리면 단골마저 끊어질까 싶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악용해 과도하게 요금을 올리거나 담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일대 일부 미용실은 호화 인테리어에 과도한 비용을 쓰고 이를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은근슬쩍 떠넘기고 있다. 실제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은 기존 매장의 가격을 올리기 어렵자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세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미용 서비스 가격을 대폭 올린 경우도 있다. 직장인 정유희(34)씨는 "압구정동의 한 미용실은 커트비용만 5만5000원"이라며 "정성껏 서비스한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대리석 벽에 원목 바닥·가죽 소파 등 매장 인테리어비용을 대신 떠안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이나 신촌 유흥가 일대의 모텔·여관 등 숙박업소들은 최근 1년 사이 숙박료를 1만~2만원씩 올린 곳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시스템 구축이나 인테리어 교체 등이 (가격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지만 솔직히 말하면 비싸도 장사가 잘되니 가격을 올리는 업소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