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아파트와 공공 아파트 중대형에만 청약이 가능한 청약예금 통장을 15년 이상 장기 보유한 예비 청약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정부가 중소형 공공주택 위주로 공급에 집중하면서 청약예금이 별로 쓸모도 없이 서랍 속에 묵혀만 두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약예금을 10년 넘게 오래 가입한 예비 청약자라면 통장을 해지하기보다 분양 당첨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달라진 분양시장에 쓸모없어진 청약예금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전국의 청약예금 가입자(178만5843명) 가운데 15년 이상 장기 보유자가 20만명을 넘었다. 청약예금 15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주택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2007년 10월 17만7187명이었던 가입자 수가 2008년 18만4889명, 2009년 19만1174명에서 지난해에는 19만6944명으로 매년 6000여명씩 늘었다.

청약예금은 민간 건설사가 짓는 민영 아파트나 중대형 공공 아파트에 대한 청약이 가능한 통장이다. 통장을 개설할 때 200만~1500만원을 한 번에 입금하고 2년이 지나면 1순위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청약 가능한 주택 규모는 통장에 예치한 금액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최근 중소형 공공아파트가 분양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청약예금 가입자가 통장을 쓸 기회가 줄어들었다. 특히 주변 시세보다 15%가량 싼 보금자리주택에 대해선 아예 청약 자격조차 주지 않아 효용 가치는 더 떨어진 상태다. 부동산써브 나인성 연구원은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큰 이익을 볼 수 없을뿐더러 수도권에서는 굳이 청약통장 없이도 얼마든지 새 (미분양)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어 청약예금을 사용할 기회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청약 방식이 2007년 청약가점제로 바뀌면서 무주택기간이 길거나 부양가족이 많지 않으면 판교·위례신도시 등 인기 단지를 분양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도 있다. 그렇다고 청약종합저축 등 다른 청약통장으로 바꾸려 해도 그동안 청약예금에 가입했던 기간을 전혀 인정받지 못해 가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예치금 줄이고 청약가점 높여야"

이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청약통장 무용론'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 보유 중인 청약예금을 묻어만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당장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이 없는 가입자라면 통장 예치금을 낮춰 중소형 주택을 청약받을 수 있도록 자격 조건을 바꿀 수 있다. 최근 중대형 주택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을 뿐 아니라 건설사들도 소형 주택 위주로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예치금액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의 가입기간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자격 조건을 바꾸고 나서도 곧바로 청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약가점제 아래에서는 청약가점이 높아야 인기 단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만큼 무주택기간이나 부양가족 수를 최대한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최근 정부가 수도권 신도시에 민영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하는 만큼 청약예금을 활용할 기회도 많아질 전망"이라며 "왕십리뉴타운 등 내년에 서울 도심에서 분양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