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도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7년

조선비즈
  • 우고운 기자
    입력 2011.11.21 10:50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른바 ‘셧다운제’가 20일 0시부터 시작됐다. 지난 7년여 동안 정부와 게임업계, 청소년과 학부모들 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셧다운제’ 도입 과정을 돌아본다.

    ◆ 2004년 ‘셧다운제’ 용어 등장

    ‘셧다운제’라는 용어는 2004년 10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청소년들의 수면권 확보를 위해 온라인 게임 이용시간 제한을 촉구했다. 당시 그들은 ‘셧다운(Shut Down)제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셧다운 제도에 대한 지지가 낮았고, 국내 게임 산업이 한창 발전하는 터라 성장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등의 이유로 셧다운 제도 도입은 소리소문없이 잊혔다.

    약 1년뒤인 2005년 8월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처음으로 제출했다. 게임업계와 문화관광부는 ‘게임산업 죽이기’ 움직임이라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하지만 김 의원은 2008년 7월 다시 30여명의 국회의원과 심야 특정시간대에 온라인 게임을 못하게 하는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다시 셧다운제 도입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아니라 학부모 단체와 게임업계가 셧다운제 도입을 가로막았다. 학부모들은 강제적인 셧다운제 도입은 과도하다고 지적했으며 게임 업계는 업계 스스로 게임 과몰입 문제를 예방하는 ‘자율 규약’을 만들겠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화산업 관련 단체들도 이런 의견에 동참했다. 이에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는 부모가 요청하면 그 자녀의 심야 시간 온라인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결국 제도화에 실패했다.

    ◆ 2009년, 재점화된 셧다운제 도입 움직임

    몇 년간 무산되며 가라앉는 듯 했던 셧다운제는 2009년 4월 여성가족위원회 주도하에 새롭게 시작된다. 당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여야 의원 21명의 동의를 받아 한층 강화된 ‘청소년 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청소년이 게임에 가입할 때 친권 동의를 의무화하고 친권자의 요청에 따라 게임 이용을 제한하며 게임 규제를 하루 총 이용시간으로 하거나,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금지하는 등 2가지 방안을 모두 포함했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 산업의 부정적 인식을 벗기 위해 스스로 게임산업 자정 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셧다운제 도입과 게임 과몰입 예방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셧다운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왔다.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게임 산업의 주부처인 문광부는 지난해 4월, ‘게임산업의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 대책’을 발표하며 자율적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이 대책에는 게임 내 피로도 시스템(게임이용시간 제한 등)과 청소년 심야 접속제한 등을 통한 게임과몰입 방지 대책 등이 담겨 있었다. 지금껏 반대 입장만 고수해왔던 문광부를 중심으로 게임업체들이 스스로 자정 활동에 나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때 문광부가 주도한 과몰입 예방 대책은 모든 게임에 적용되지 않고 일부 인기 게임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다시 반대에 부딪혔다. 그 사이 여성가족부는 아예 문광부와 별개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추진하며 노선을 달리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가 정착하려는 시기에 굳이 강제 규제를 도입해야 하는 지,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은 아닌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결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안소위 심사에 나섰다.

    ◆ 문광부와 여가부의 셧다운제 절충안

    셧다운제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문광부와 여가부는 ‘셧다운제’ 규제 절충안에 합의했다.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 대해 14세 미만을 주장한 문광부와 19세 미만을 주장한 여가부의 연령 기준을 ‘16세 미만’으로 결정한 것이다. 게임접속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차단하기로 했다. 다만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었는데, 합의안이 문광부의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 아닌 여가부의 청소년보호법에 담기며 ‘주객전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뒤로도 두 부처 간의 의견 충돌은 여전했다.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게임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였다. 문광부는 PC 온라인 게임에 한해 셧다운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가부는 네트워크 연동이 되는 모든 게임에 대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두고 문광부와 여가부, 두 부처의 의견 충돌은 끊이지 않았지만,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결국 합의를 이뤄냈다. 모바일게임의 셧다운제 적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문광부와 여가부가 모바일게임에 한해 적용을 2년 유예하는 안에 최종 합의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올 4월 법안심사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하며 국회 본회의만을 남겨둔다.

    하지만, 그 뒤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셧다운제 적용 연령을 기존 16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상향하는 청소년보호법 수정안의 공동발의 서명을 추진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결국 공동 발의 서명을 얻어 국회 본회의 때 셧다운제 적용 연령 상향을 기습 발의하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4월 29일에 열린 본회의에서 셧다운제 원안은 재석 201표, 찬성 117표, 반대 63표, 기권 30표로 가결, 11월부터 시행이 결정됐다.

    이달 초 여가부는 셧다운제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히며 20일부터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규제 대상은 PC온라인게임으로 제한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게임물은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했으며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플래시게임물, PC패키지게임물 일부도 유예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문화연대를 통한 헙법소원이 추진되는 등 반대 여론은 여전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셧다운제를 두고 한국 게임 시장만의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