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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의 손길", 올해의 건축 BEST 7

  • 허성준 기자

  • 입력 : 2011.11.17 08:30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힐튼 호텔 앞에서 소월로를 따라가다 두 번째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니 2층 짜리 옅은 연둣빛 건물 12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나무와 잣나무, 느티나무가 빽빽이 건물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중 한채 건물 상단에는 세로로 安重根(안중근)이라고 적혀 있었다. 12동 중 11동은 커튼월(유리벽)에 폴리카보네이트를 붙여 내부 조명이 외부로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안중근 기념관과 문호리 단독주택/ 한국건축가협회 제공
    안중근 기념관과 문호리 단독주택/ 한국건축가협회 제공
    지난해 10월 개관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다. 올해 한국건축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건축 BEST 7’에 이름을 올린 수작(秀作)이다. 가로 35m·세로 49m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층 12동의 박스형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내부로는 서로 오갈 수 있도록 이어져 있다. 이 건물을 설계한 디림건축사사무소의 임영환·김선현 건축가는 “12동으로 이뤄져 있는 이유는 안중근 의사의 후광에 가려진 단지(斷指)동맹 12인을 기리고, 그 속에서 안중근 의사를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건축 BEST 7’에는 안중근 기념관을 비롯해 근대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알바로 시자(Albaro Siza·포르투갈)와 건축사사무소 MARU의 김종규 건축가가 함께 작업한 미지움(MIZIUM·아모레퍼시픽기술연구원), 경영위치의 김승회·강원필 건축가가 작업한 롯데부여리조트 백상원 콘도미니엄, 솔토의 조남호·영원모 건축가가 설계한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 키아즈머스파트너스 이현호 건축가가 작업한 ‘Forest′s quintet’, 필립의 이기옥 건축가가 설계한 ‘JINO HAUS’, 에이앤디(AND)의 정의엽·이태경이 작업한 문호리 단독주택이 이름을 올렸다.
    포레스트 퀸텟,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포레스트 퀸텟,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 탄성 자아내는 ‘올해의 건축 BEST 7’

    11~16일 서울 목동 예술인 센터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서는 ‘올해의 건축 BEST 7’ 발표·전시를 비롯해 국내 건축학도에게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대한민국 건축대전’ 수상작 발표·전시, 초대작가전, 건축사진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발표·전시 등이 진행됐다.

    이번 문화제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올해의 건축 BEST 7’였다. 국내에서 준공이 끝난 건물 가운데 기술연구원·콘도미니엄·별장단지·수련원·기념관·상가건물·단독주택 등 다양한 용도의 건물이 올해 최고의 건축물로 꼽혔다.

    15일 찾은 건축문화제 현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에이앤디(AND)의 정의엽·이태경이 작업한 문호리 단독주택에 관심을 보였다. 이 건물에서 눈에 띄는 점은 2층 단독주택이지만 잔디가 깔린 마당에서 2층 지붕이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는 것. 집 안에 언덕 초지(草地)가 있는 셈이다. 정의엽 건축가는 “아파트의 기능적 편리함을 고려하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농민처럼 땅·자연과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여행하는 도시인처럼 자연을 관조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판교신도시의 한 상가주택 전경. 필립 건축사사무소 이기옥 소장 작품/한국건축가협회 제공
    판교신도시의 한 상가주택 전경. 필립 건축사사무소 이기옥 소장 작품/한국건축가협회 제공
    필립의 이기옥 건축가가 설계한 상가건물은 특이한 외관으로 이목을 끌었다. 판교신도시에 들어선 이 건물은 박스형 건물에 창문만 달린 주변 건물과 달리, 여러 개의 구조체가 서로 끼워져 있는 느낌을 줘 마치 어린이 장난감 같은 모습이다. 또 일반적인 상가주택 구성 방식인 1층 상가·2층 임대·3층 건축주 주택의 틀을 깼다. 2층의 2가구(임대) 중 1가구의 공간을 3층 건축주 가구와 연결하고, 주택면적의 40%로 규제된 1층 근린생활시설면적 일부를 지하로 분산시켜 근린생활시설 2개 층과 주택 2개 층 형태로 지상 3층짜리 상가주택을 설계했다.

    ◆ ‘집’의 재발견, 예술과 실용..‘두 마리 토끼’ 잡다

    대한민국건축대전 대상 수상자 임세라씨/한국건축가협회 제공
    대한민국건축대전 대상 수상자 임세라씨/한국건축가협회 제공
    건축학도의 등용문인 대한민국 건축대전 일반공모전에서는 총 1680명의 참가자 중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 임세라(26)씨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일반공모전의 주제는 ‘집’. 임세라씨는 ‘One Houses’라는 모순적인 제목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집합 주거유형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수상자 임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공동공간이 있는 다세대주택’을 제안했다. 통칭 ‘빌라’도 현 세태에 맞게 주택형을 바꾸면 공동공간을 조성할 수 있고, 이런 공간 창출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임씨는 “1960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아파트·다세대주택이 공급되고 있지만, 가구 형태는 LDK(주방·식당·거실이 하나로 통합된 형태)형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최근 1·2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굳이 필요도가 높지 않은 공간을 각 가구에 배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가구별 거실공간을 다세대주택의 공동공간으로 바꿔봤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다세대주택의 건물 구성은 1개의 주출입구을 두고 층마다 LDK형 2가구가 배치되는 형식인데, 각 가구의 LDK형 공간에서 거실부문을 건물 중심부로 배치해 공동 거실을 만들면 같은 대지면적에 기존 LDK형으로 구성된 다세대주택 가구 수를 수용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명장의 손길", 올해의 건축 BEST 7
    심사위원 임영환 홍익대학교 교수는 “대상을 받은 ‘One Houses’는 기존 주거구성방식의 틀을 깼고, 기존 집합주택의 외관 형식을 빌리지 않으면서도 단일한 조형으로 여러 가구를 통합하는 방법이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건축가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성 건축가를 통해 짓는 건물은 비싸고 지나치게 예술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건축가를 통해 디자인이 참신하면서도 실용적인 건물을 지어 건물 가치를 높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이런 트렌드가 계속되면 천편일률적인 거리 풍경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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