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鄭, 포니鄭 재단, 그리고 현대산업개발

조선비즈
  • 박성호 기자
    입력 2011.11.11 16:59

    정세영현대산업개발명예회장./현대산업개발 제공
    지난 7일은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유지(遺志)를 이어받아 만든 ‘포니鄭 재단’이 설립된 지 여섯 해가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포니鄭 재단’은 국내·외 장학사업과 인문학 연구 지원 사업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으며 설립된 이듬해부터 선정된 ‘포니鄭 혁신상’도 이제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포니鄭’은 현대자동차의 초석을 닦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산증인인 정 명예회장의 애칭이다. 정 명예회장은 30여년을 현대자동차와 함께 했지만 현대가(家)의 장자 상속 원칙에 따라 말년에는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5월 21일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포니 정(鄭)’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유명을 달리한 날이다. 그리고 불과 사흘 뒤 ‘문화 CEO’라고 불리던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마저 세상을 떠나 세인(世人)들은 2005년 5월을 한국 재계의 두 거두를 잇달아 잃은 안타까운 때로 기억하고 있다.

    ◆ ‘코티나에서 스쿠프까지’…포니鄭의 자동차 인생

    정 명예회장은 1967년 현대자동차 설립과 함께 사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그 후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의 산실인 현대자동차의 초석을 닦아 나갔다.

    다음 해 현대자동차의 1호 차인 ‘코티나’를 시장에 내놨으며 이어 74년에는 국내 최초의 국산 자동차 모델 ‘포니’를 생산했다. 국산 자동차 모델 ‘포니’는 그 해 토리노 국제모터쇼에 참가해 세계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차체만 고유 모델이고 엔진 등 핵심부품은 선진국 자동차 회사의 기술에 의존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지만, 포니가 있음으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6번째로 고유 자동차 모델을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그리고 ‘포니’는 그의 평생 애칭이 됐다.

    이후에도 정 명예회장의 국산 자동차에 대한 열망은 계속됐다. 포니2, 스텔라, 엑셀 등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면서 기술 축적을 이뤘다. 그리고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88년. 마침내 현대자동차는 디자인부터 차체 구조설계 등 상세설계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쏘나타’를 생산하게 됐다. 그리고 91년에는 현대자동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파엔진’을 장착한 최초의 ‘한국형 스포츠카’ 스쿠프를 시판해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은 87년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 회장직까지 올랐다. 하지만 99년 정 명예회장은 그토록 아끼던 현대자동차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정주영 당시 현대 명예회장이 정 명예회장을 불러 현대차의 경영권을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겨줄 것을 얘기했고 정 명예회장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32년을 동고동락한, ‘자식’과 같았던 현대차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정 명예회장의 당시 심경은 복잡했고 한평생 응어리가 됐다. 하지만 지난 2000년 11월 출간한 그의 회고록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에서 밝혔듯 “큰 형님이 거북한 말을 하기 전에 미리 떠났어야 했는데 그 속뜻을 진작 헤아리지 못해 송구스러웠다”며 훌훌 털어내 버렸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장남인 정몽규 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옮겨왔다. 비록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 중 자동차의 범퍼 등의 소재를 만드는 현대EP(089470)라는 회사가 있긴 했지만 이후 정 명예회장은 더는 자동차가 아닌 건설인으로서의 인생만을 살았다. 그리고 그 해 정 명예회장은 폐암 진단을 받았으며 암과 싸우기를 6년, 끝내 세상과 등지게 됐다.

    2005년 5월 24일. 영결식이 진행된 서울 현대아산병원에서는 ‘안 하면 죽어야지…그런 각오로 모든 일을 하면 안 되는 게 없습니다.’라는 정 명예회장의 녹음된 육성이 울려 퍼졌다. 평소 정 명예회장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그의 유지는 그 해 11월 정몽규 회장이 ‘포니鄭 재단’을 세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제공 '포니鄭 재단'은 지난 5월 올해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선정하고 시상식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진현 포니鄭 재단 이사장, 장하준 교수, 장하준 교수 부친인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혁신'·'도전과 개척' 신념 이은 '포니鄭 재단'

    “포니鄭 재단은 정세영 회장의 정신을 계승하고 내일의 주역이 될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인물의 업적과 정신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자 합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포니鄭 재단’을 설립하면서 설립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정 명예회장이 늘 강조한 ‘혁신’과 ‘미래를 향한 도전과 개척’의 신념을 기리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는 것.

    이 때문에 재단을 설립하고 나서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이 국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이었다. 2006년 12월 총 52명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한 이후 현재까지 163명에게 장학혜택이 돌아갔다.

    2007년부터는 베트남 대학생을 대상으로도 장학사업을 진행했다. 호치민 대학교와 하노이 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200명 총 10만 달러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과 비슷하게 교육열도 높고 국민이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도 강해 해외 장학사업의 대상지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같은 해 재단은 ‘포니정 혁신상’을 제정해 첫 번째 수상자로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선정했다. 서남표 KAIST 총장과 가나안 농군운동세계본부,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이 상을 받았으며 올해는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수가 선정됐다.

    최초 출연금 8억원으로 시작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현대그룹, 정 명예회장과 함께 일한 기업인 등의 출연이 계속되면서 지금은 출연금이 177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단 규모도 커졌다.

    새로운 사업도 늘리고 있다. 2009년부터는 혁신의 바탕이 되는 기초학문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문학, 특히 국내 사학(史學) 연구자들을 후원하고 있다. 최윤오 연세대 교수, 정혜중· 함동주 이화여대 교수, 최기영 서강대 교수, 구범진 서울대 교수, 민경현·조명철 고려대 교수가 재단의 후원을 받아 연구성과를 냈다.

    김진현 포니鄭 재단 이사장은 “정 명예회장의 혜안과 원칙, 정도를 중요시했던 믿음을 바탕으로 재단이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의 도전과 창의를 바탕으로 장학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포니鄭 재단’의 후원자 현대산업개발

    지속하는 주택경기침체로 건설업계가 대부분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포니鄭 재단’의 후원자인 현대산업개발의 현 상황은 녹록지만은 않다.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현 회장이 경영을 책임진 후 혁신을 강조하며 제조업체인 현대차 문화를 건설업체에 적용하면서 체질을 개선해 나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현대산업개발은 다른 건설사와는 달리 매해 1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 주택 건설 붐이 일어나 주력사업인 개발사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나 2008년 국제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국내 주택 경기 침체의 늪에서 현대산업개발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루머’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9년에는 자금난으로 인한 위기설까지 한 때 돌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영 상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액은 7181억원으로 시장 예상보다는 적었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5%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917억원으로 양호했다.

    주택 미분양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하고 또 다른 주력사업인 토목 부문의 정부발주가 급감하는 등 건설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개선되지 않는 영창악기 등의 계열사 실적도 고민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자체사업이 많고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장래를 어둡게만 보지는 않는다.

    강승민 NH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는 낮긴 했다”며 “하지만 내년 초까지는 영업 실적은 양호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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