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여의도동 서울국제금융센터(IFC). 굉음을 내는 건설 장비들이 바삐 움직이면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덜컹거리는 공사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IFC 3개 동 중 가장 높은 3동(284m) 꼭대기에 올라가니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높이 249m인 인근 63빌딩이 내려다보였다. 서쪽으로는 인천으로 향하는 아라뱃길, 동쪽으로는 잠실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정부가 동북아 금융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2003년부터 추진해온 IFC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IFC 1동이 오는 17일 완공식을 가질 예정이며, 2·3동과 호텔·복합쇼핑몰도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중이다. 연면적이 50만4880㎡에 이르고 하루 2만5000명이 상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IFC는 미국 AIG그룹(AIG생명의 모기업)이 개발 주체이며, 서울시 소유 땅에 건물을 지어 99년 후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3개 건물 중 맨 앞 동(도로의 모서리 쪽)은 이미 완공돼 입주가 시작됐다.

서울시와 금융 당국은 IFC를 중심으로 여의도를 뉴욕 맨해튼이나 홍콩처럼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IFC 1동에는 지난달 중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딜로이트컨설팅이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뉴욕멜론은행, 다이와증권, ING자산운용 등 15개 다국적 금융 기업이 속속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다.

1동 로비에 들어서자 탁 트인 느낌이 다가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고개가 완전히 뒤로 꺾일 정도로 천장(10m)이 높았다.

업무 공간으로 올라가는 분당 360m 속도의 엘리베이터는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11층에 내렸는데 사무실 특유의 답답함도 없었다. 층고(層高)가 해외 유수 대형 빌딩처럼 3m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보통 2.4~2.7m인 국내 사무용 빌딩의 한 층 높이보다 30~60㎝를 더 확보했다. 그래서 IFC 3동은 63빌딩보다 층수(55층)는 적지만 높이는 35m 더 높다.

임대 방식도 달랐다. 완공 이후 들어올 회사를 찾지 않고 건물을 짓는 도중에 '선임대(pre-leasing)'한다. 딜로이트는 2009년에 임대 계약을 마쳤으며, 내부 인테리어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데 1년이 걸렸다. 임대 기간도 파격적으로 16년으로 정했다. 딜로이트의 김소용 경영지원본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빌딩에 가장 먼저 입주했다는 자부심을 직원들이 느끼고 있다"며 "내년에 복합쇼핑몰이 완공되면 업무와 여가를 IFC 안에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텔은 힐튼 계열 중 가장 호화롭다는 콘래드 힐튼(38층)이 들어선다. 복합쇼핑몰에는 영풍문고와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포함해 110개 패션·생활용품 브랜드가 입점한다.

하지만 IFC가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낼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해외 유수의 금융회사를 새로 유치한 게 아니라, 이미 서울에 있던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이사 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홍콩에 있는 다국적 금융회사의 아시아본부가 IFC로 자리를 옮겨올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