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경의와 신뢰를 표했던 두 사람…쿡과 아이브

조선비즈
  • 우고운 기자
    입력 2011.10.25 10:29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경의를 표했던 인물은 누구일까. 월터 아이작슨이 집필해 지난 24일 전 세계 공동 출간된 스티브 잡스의 첫 자서전 ‘스티브 잡스’에는 현재 애플의 CEO자리를 위임받은 막후의 관리자 팀 쿡과 잡스의 영적 파트너로 불린 천재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에 대해 잡스가 경의와 신뢰를 표한 부분이 나온다.

    ◆ 조니 아이브, 잡스의 영적인 파트너

    1997년 9월, iCEO가 된 잡스는 곧 격려 연설을 하기 위해 팀장급 이상 간부 및 임원들을 불러 모았다. 참석자 중에는 디자인 팀장을 맡고 있던 예민하고 열정적인 30세의 영국인 조서넌 아이브도 있었다. ‘조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그는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었지만,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잡스의 연설에 매료돼 회사에 계속 붙어 있기로 결심했다.

    처음에 잡스는 회사 바깥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이너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날 애플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둘러보았고 상냥하고 열정적이며 진지한 아이브와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사고방식이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후 아이브는 잡스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그와 유난히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그의 아내 로렌 파월은 “그는 특별한 지위를 얻었다”면서 “스티브의 인생에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대체가 가능한데, 조니는 결코 거기에 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잡스는 아이브에 대한 경의를 이렇게 묘사했다.

    “조니가 애플뿐 아니라 전 세계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납니다. 그는 다방면에 능통하고 놀라울 정도로 똑똑한 친구입니다. 비즈니스 개념과 마케팅 개념도 잘 이해하고 무엇이든 매우 빠르고 쉽게 파악하지요.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의 핵심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애플에 내 영적인 파트너가 있다면 바로 조니입니다.”

    컨디션이 좋고 사무실에 있을 때면 잡스는 거의 항상 아이브와 점심을 같이 먹었고 오후에는 스튜디오에 들렀다. 스튜디오에 들러선 그는 테이블 위를 훑어보며 개발 중인 제품들을 한눈에 살펴보고, 그것이 애플의 전략에 적합한지 판단했으며, 진화하는 각각의 디자인을 손끝으로 확인했다. 아이브는 “테이블 위에 놓인 모형들을 보고서 잡스는 향후 3년 정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술가의 섬세한 기질을 가진 아이브는 때때로 잡스가 모든 성과의 공훈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것에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또 잡스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들이 종종 너무 강렬해져 쉽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아이브는 “잡스가 내 아이디어들을 살펴보고는 ‘이건 별로, 이것도 별로, 이건 좋다’”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그리고 나중에 그것을 발표할 때면 그는 그게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외부인들이 마치 잡스가 애플의 아이디어맨인 것처럼 묘사할 때도 신경이 곤두섰다면서 “그런 일은 우리 회사를 취약하게 만든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스티브가 만약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아이디어의 상당수가 제품으로 현실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잡스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 막후의 관리자, 팀 쿡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고 나서 애플의 운영 본부장은 잡스의 밑에서 일한 지 3개월 만에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했다. 이후 잡스는 운영 본부장직의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의 1년 가까이 회사운영을 직접 챙겼다. 그는 델의 CEO 마이클 델이 했던 것처럼 ‘적기 공급 생산(JIT·Just in time)’과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잡스는 팀 쿡을 만났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팀 쿡은 조달 관리자 출신이었어요. 정확히 우리가 필요로 하던 배경을 갖춘 셈이었지요. 저는 그가 저와 똑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저는 그가 자신이 할 일을 정확히 안다고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저와 같은 비전을 갖고 있었고 우리는 고도의 전략적 차원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었지요.”

    훗날 쿡 또한 잡스의 ‘아우라(Aura)’에 매혹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스티브와 첫 면접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저는 경계심과 논리를 모두 던져 버리고 애플에 입사하고 싶어졌다”면서 “애플에 합류하는 것이 창조적인 천재를 위해 일할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애플에서 쿡이 맡은 역할은 잡스의 직감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일에 바쳤다. 쿡은 거의 항상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이메일을 보낸 뒤, 한 시간 동안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6시가 조금 지날 때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았다. 일요일 저녁에는 전화회의를 하며 다가올 한 주를 준비했다. 툭하면 짜증을 내고 격렬한 비난을 퍼부어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CEO가 이끄는 회사에서, 쿡은 침착한 태도와 푸근한 앨라배마 억양, 조용히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어려운 상황들을 해결해 나갔다.

    이런 팀 쿡을 신뢰했던 잡스는 지난 8월 말, 마지막 불꽃이 다해갈 즈음 한치의 망설임 없이 애플의 CEO자리를 쿡에게 내놓기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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