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과학자] 손등에 금색 피부… 생각만으로 로봇이 움직여

조선일보
  • 이영완 기자
    입력 2011.10.04 03:04

    [8] 전자피부 개발한 서울대 김대형 교수… MIT선정 '세상을 바꿀 과학자'
    휘어지고 늘어나는 센서로 심장·뇌 표면에도 부착가능
    인체신호 실시간으로 측정, 난치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
    목표는 사람에 도움되는 연구… 과학자 아닌 테레사 수녀 존경

    최근 미국 MIT의 '테크놀로지 리뷰'지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젊은 과학자 35명(TR35)'에 김대형(34)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들어갔다. 한국인으로는 2008년 하버드대 함돈희 교수에 이어 두 번째다. 테크놀로지 리뷰는 매년 35세 이하 전 세계 과학자 중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낸 35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르발즈,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 등이 TR35 출신.

    김 교수는 인체 전기신호를 기존 센서보다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이른바 '전자피부'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자피부는 말 그대로 판박이처럼 피부에 완벽하게 달라붙어 각종 신체신호를 감지하고 외부로 전송하는 전자회로다. 김 교수는 지난 8월 '사이언스'지에 이 연구결과를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김대형 서울대 교수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손등에 붙인 전자피부를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가 만든 전자피부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실리콘으로 만들었지만, 잘 휘어지고 늘어나 굴곡이 많은 피부나 뇌, 심장 표면에 빈틈없이 달라붙는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생체신호 감지센서에 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외부에서 라디오파를 받아 충전하는 회로, 태양전지까지 다 들어 있어요. 말하자면 반도체 칩들이 가득 들어 있는 의료장비가 얇은 피부 모양으로 압축된 셈이죠."

    김 교수가 보여준 손등에 붙인 전자피부는 펜으로 얇은 금줄을 칠한 모양이었다.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도 자기 피부인 양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김 교수는 "좀 더 발전하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자신을 도와줄 로봇 팔을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면 손등의 전자피부가 그때 발생하는 뇌 신호를 감지해 그대로 로봇 팔을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에 전자회로를 붙이려면 잘 휘어지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보통 플라스틱과 같이 탄소로 이뤄진 유기물질에 금속으로 회로를 만든다. 하지만 김 교수는 아예 반도체 칩을 만드는 무기물질인 실리콘을 택했다. 유기물질은 잘 휘어지지만 실리콘보다 전자회로 효율이 떨어지고 자외선이나 수분,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2006년 미 일리노이대로 유학 갈 당시 과학자들은 실리콘을 얇게 깎아내면 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휘어지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었다. 원통에 말면 모를까 옷이나 피부처럼 굴곡이 많은 곳에 붙이면 중간 중간 뜨는 부분이 발생했다.

    "골과 마루에 빈틈없이 달라붙으려면 휘어지는 동시에 잘 늘어나야 합니다. 얇게 만든 실리콘 회로 표면에 주름을 잡아 마치 고무처럼 잘 늘어나는 전자회로를 만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만든 전자회로를 의학용 센서에 먼저 적용했다. 심장 조직 일부가 모양이 틀어지면 심장박동이 정상보다 빠르거나 느려지는 부정맥에 걸린다. 치료법은 해당 부분을 센서로 찾은 다음 고주파로 태워 제거하는 것. 동물실험에서 김 교수가 만든 센서는 심장 표면에 완전히 달라붙어 손상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주름이 많은 뇌에도 김 교수의 휘어지고 늘어나는 센서가 적격이다. 김 교수는 간질을 일으키는 이상신호가 나오는 부분을 찾는데 이 센서를 적용했다. 역시 동물실험으로 효능을 입증했다.

    전자피부는 이런 센서가 피부 어디에나 달라붙어 인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게 만든 것. 성대가 손상되면 소리는 나지 않지만 말을 할 때 움직이는 목 근육은 살아 있다. 전자피부를 목에 붙이면 근육 움직임으로만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미 이 방식으로 게임기를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팔이나 손등에 붙인 전자피부로 뇌신호를 포착해 생각만으로 기계나 컴퓨터를 작동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한성과학고와 서울대를 나와 남들이 5년 걸리는 박사학위를 3년 만에 마쳤다. 8년 동안 사이언스, 네이처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32편의 논문을 썼고 22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누가 봐도 천재 과학자인 그가 늘 본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인슈타인도 빌 게이츠도 아닌 테레사 수녀다.

    "좋은 논문을 쓰겠다고 하면 좋은 연구를 할 수 없어요. 항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연구를 하겠다고 하면 자연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결국 좋은 논문이 됩니다."

    그는 의료용 센서 연구를 하면서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에 눈을 떴다고 한다. 전자피부는 어떻게 하면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개발국가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렸다. 그들을 위해 울퉁불퉁한 건물 표면에 완벽하게 달라붙는 저렴한 실리콘 태양전지를 개발해 곧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유학을 가기 전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4년 반 동안 병역특례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때 대기업의 2·3차 하도급업체 기술자들이 직장을 잃고 한가족이 다 거리로 나앉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다시 일할 수 있으려면 새 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학생들이 기업에 가서 신기술을 개발해 새 일자리를 만들어야죠."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