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Story] "대우車 인수 당시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디테일·퀄리티 강조하는 한국 기술력 활용하게 돼"

  • 앤아버(미국)=김남인 기자

  • 입력 : 2011.09.24 03:01

    해병대 복무 중 한국으로 파견 근무
    "한국 해병대, 美軍을 약골로 만들어"

    루츠는 2001년 GM 부회장으로 영입된 후, 대우자동차 인수 작업에 참여했다.

    ―대우 인수에 찬성하는 쪽이었나?

    "내가 CEO였다면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대우는 정말 최악이었다. 형편없을 정도로 파산지경에 빠져 정부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었다. 만들어내는 차도 전혀 훌륭하지 않았다. 늙고 나쁜 회장(bad old chairman·김우중 전 회장)의 시대였다. 1990년대 한 모터쇼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대우 직원들이 차 홍보 대신 김우중 회장의 자서전('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대우를 인수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경영진이 말렸다. 그러나 릭 웨고너(Wagoner) 당시 CEO는 대우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당시 릭은 '한국 자동차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하고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릭이 옳았다."

    ―무슨 뜻인가?

    "대우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외부인을 배제하고 자국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킨 나라다. 지금 한국시장에서 GM의 시장점유율은 10~11%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미리 투자해 놓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디테일에 강한 세심한 문화를 가졌다고들 하지만, 디테일과 퀄리티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더 하다. 지금 한국차는 일본차보다 낫다."

    올해 GM은 'GM대우'를 '한국GM'으로 바꿨다. '대우'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루츠가 그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대우란 이름이 사라졌을 때 한국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나? 그 결정 후 차 브랜드를 쉐보레로 바꿨을 때 모두들, 한국인들조차 그게 낫다고 생각하더군. 차가 괜찮아도 아무도 (대우라는 이름을) 원치 않았다.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나? 몇 년 전부터 한국인들은 대우차를 사 놓고도, 쉐보레 엠블렘을 따로 구해 붙였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분명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

    "지난 5년간 월등히 좋아졌다. 5년 전, 나는 중국의 기자회견장에서 '뷰익 엑셀(Excel)이 한국에서 디자인돼 중국에서 제조될 것이다'라는 발표를 하고 있었다. 한 기자가 내게 물었다. '한국차는 별로라던데, 중국인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 보나?' 2006년 오펠 안타라(Opel Antara·한국에서 제조해 공급한 SUV, 국내에서는 윈스톰 맥스로 판매)가 독일 시장에 나왔을 때도 독일 언론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진정한 오펠이 아니다. 메이드인코리아일 뿐이다.' 그래서 맘에 들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그런 평판이 어디에서 시작됐다고 보나?

    "20년 전 현대차 초기에 만들어진 인상이다. 당시 현대차는 매우 저렴했고 퀄리티는 끔찍했다. 그러나 지난 5~6년간 현대기아차는 놀랄 만큼 빠르게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들었다.

    "1956년 해병대 복무 중이던 나는 한국 해병대에 고문단으로 파견돼 6주간 머물렀다. 포항 근처의 지역이었다. 곳곳에는 비효율적으로 개간된 농지 천지였고 농부들이 그 주위를 걸어다녔다. 차라고는 미군이 쓰던 차가 전부였다. 정말이지 가난한 나라였다. 몇년 전 그 지역에 가봤더니 도시화돼, 하나도 못 알아보겠더라."

    ―한국 해병대와 함께 했던 기억은 어땠나?

    "한국 해병대는 터프가이들이었다. 우리 미군을 한 무리의 불쌍한 약골로 보이게 했다. 어느 날, 현장 실습에서 한국 해병대원들과 높은 언덕을 올라 꼭대기에 지휘소(command post)를 세우는 미션을 받았다. 우리는 (구경) 105mm의 무반동총(無反動銃·recoilless rifle)을 그곳으로 옮겨야 했다. 내가 말했다. '그렇게 큰 게 어떻게 차 안에 들어가느냐?' 그러자 한국 해병대가 말했다. '차로 안 간다' 그러더니 그걸 어깨에 메고 언덕을 전속력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꼭대기에 도착했다. 세계 어느 군에서도 그런 장면이 다시는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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