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직장인 김지선(35)씨. 매년 봄이면 코가 막히고 재채기가 심해 고생하던 그는 요즘 가을에도 이런 알레르기 때문에 종종 힘들어한다. 꽃이 만발하는 봄도 아닌 가을에 왜 알레르기가 점점 심해지는 걸까. 과학자들이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 김규랑 박사팀은 8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가을철 꽃가루의 수가 계속 느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꽃가루들의 알레르기 유발 능력도 커져 가을 알레르기 환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297명 수준이었던 알레르기센터의 가을철(9~11월) 환자 수는 2009년 719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 교수는 "유전자에 급격한 변화가 없는 인구 집단에서 최근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나는 것은 유전적 요인이라기보다는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 먼지와 진드기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 중 특히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요인은 꽃가루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식물의 개화 시기가 빨라져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도 많아진다. 또 온실가스가 늘면 꽃가루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능력도 커진다.
이런 사실은 과학자들에 의해 속속 보고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에서 600ppm으로 늘면 돼지풀 한 개체가 생산하는 꽃가루 수가 4.8g에서 20.5g으로 다섯배 가량 증가한다. 여기에 꽃가루가 가진 알레르기 유발능력도 두 배가량 늘어난다. 두 효과를 합치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10배 가량 커지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추세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2년간 전국 12곳에서 꽃가루의 증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서울의 측정소에서는 2009년 2만 7296개의 꽃가루가 측정됐다. 1998년의 1373개보다 20배가량 꽃가루가 많아진 것이다.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늘면 꽃가루의 알레르기 유발성이 는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한양대 의대 오재원 교수팀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515ppm인 서울의 꽃가루는 220ppm인 구리의 꽃가루보다 알레르기 유발성이 무려 50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꽃가루가 늘고, 꽃가루의 알레르기 유발성이 강해지는 것이 지구온난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꽃가루 증가 요인이 평균기온과 누적기온 등 지구온난화와 관계가 있는 것들이기 때문. 또 일교차가 감소해도 꽃가루는 늘어나는데, 지구온난화는 일교차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지난 1997년 7.7도이던 우리나라의 평균 일교차는 2009년 7.1도로 줄었다.
특히 가을철 꽃가루의 경우 장마가 끝나는 시기부터 서리가 내리기 직전까지 꽃가루를 생산하는 잡초에서 나온 것이 많은데, 지구가 따뜻해지고 서리가 늦게 내리면서 잡초들이 생산하는 가을철 꽃가루는 점점 느는 추세다. 국립기상연구소가 서울 측정소에서 측정한 꽃가루 중 잡초의 꽃가루 수는 1998년 379개에서 2008년 792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대구는 같은 기간 587개에서 2011개로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규랑 박사는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꽃가루 수와 이 꽃가루의 알레르기 유발성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면서 "알레르기 환자 증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2011.09.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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