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미국·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가 크게 요동쳤지만, 주식형 펀드에는 오히려 돈이 몰리고 있다. 주가 하락을 투자 기회로 판단한 발빠른 자금이 주식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이달 1~25일에만 총 2조2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것)됐다. 지난 2일과 9일 등 이틀을 제외하고는 펀드에 들어오는 자금이 빠져나간 자금보다 많았다.
8월 조정장에서 압도적으로 인기를 끈 펀드는 주가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펀드였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투자신탁1'은 2400억원을 끌어모았고, 지수 상승률의 1.5배 수익을 추구하는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 역시 1100억원을 끌어모았다.
한국 대표그룹주에 골고루 투자하는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 삼성그룹, 현대그룹, LG그룹 등 우량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주 펀드(한국투자신탁)에는 790억원이 들어왔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지난 2004년 출시 이후 작년까지 해마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중소형주 펀드 중에서도 '삼성중소형FOCUS증권투자신탁1'과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이 각각 900억과 800억대 자금을 모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익률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인기 순위 10위권 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25일 기준)은 마이너스 5~8%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8월 이후 코스피지수는 18.7% 하락했지만, 중소형주 펀드는 마이너스 11%대로 선방하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폭락 직전 대형주들이 너무 많이 올라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히 있는 반면 중소형주는 반사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며 "기업 이익이 빨리 성장하는 데 비해 주가는 저평가돼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 중소형주 펀드는 하반기에도 계속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