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올라가도 불안하고 내려가면 더 불안해서 쉽사리 지갑을 못 열겠어요."(회사원 이모씨)
주식시장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결정 장애'를 호소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결정 장애란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신조어다. 코스피가 5% 가까이 올랐다가도 다음 날이 되면 되레 5% 넘게 빠져버리니, 지금 주식을 사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당장 차익 실현에 나서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최근 주식시장은 전형적인 트레이더 장세(Trader's market)를 보이고 있어서 아마추어들이 잘못 들어갔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레이더 장세란, 극심한 주가 변동을 틈타 주식을 활발하게 사고팔면서 차익을 챙기는 투기꾼이 많아진 시장을 말한다.
변화무쌍해진 정글에서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다칠 확률이 낮은 '중(中)위험·중(中)수익' 상품을 추천한다. 은행 이자(저위험·저수익)와 주식 투자(고위험·고수익)를 절충한 투자법이다.
◆알파 수익 노려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금까지 주식에 투자해서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그러면서 예금 이자보다는 두둑하게 굴리느냐에 쏠려 있다. 이런 수요가 눈 돌려볼 만한 투자처로 절대 수익(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을 노리는 펀드(헤지펀드)가 꼽힌다.
절대 수익 추구형 펀드란,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서 수익을 노리는 상품을 말한다. 은행 정기예금 이자에 플러스알파를 얹은 연 8~10%가 목표다.
동양증권이 판매 중인 절대 수익형 펀드는 이달 폭락장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올리면서 신규 자금 75억원이 유입됐다. 신건국 제로인 과장은 "주가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한 수익을 목표로 하는 절대 수익 추구형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확정금리형 상품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도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하게 펼쳐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베어마켓(약세장) 시대에는 주식으로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글로벌 채권 펀드 등에 돈을 넣고 안전하게 달리면서 원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채권 펀드란, 전 세계 국가들이 발행한 고수익 채권이나 일부 우량한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해당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꾸준히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며, 통화 가치 상승에 따라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글로벌 채권 펀드는 연초 이후 4.43%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14.65%)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단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도 실적배당형 상품이어서 원금이 보장되진 않는다.
유지송 신한금융투자 차장은 "일부 글로벌 채권 펀드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발행된 부실한 채권을 담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시한폭탄을 떠안게 될 수 있으니 가입 전에 어떤 채권들을 매입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빔밥처럼 섞어라
최근 자산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투자법 중 하나는 '웰빙 비빔밥'이다. 불투명한 전망에 자산을 특정 투자처에 모두 넣어두기가 부담스러운 만큼, 골고루 잘 섞어서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이 지난 17일 선보인 '골든에그어카운트'가 대표적이다. 투자자는 계좌 가입 후 물가연동채나 해외채권, 주가연계증권(ELS), 국고채,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묶어서 한꺼번에 투자할 수 있다. 일종의 '금융상품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원금은 까먹지 않으면서 수익형 부동산이나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이 목표다. 안병원 삼성증권 과장은 "비빔밥 안전계좌는 강렬한 맛은 없지만 목돈을 안전하면서 또 굵게 지킬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며 "주식 투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금지돼 있어 공격보다는 수비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